이자 덜주고 수수료 더 받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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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최근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따라 내리고 수수료를 줄줄이 올려받으면서 가계나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는 심사를 엄격히 하거나 금리를 올리고 한도를 줄이고 있다.

은행들은 수익구조의 다변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고객들은 경영혁신보다는 손쉬운 예대마진만 늘려 돈장사를 하는 게 아니냐며 불만이다.

◆내려가는 예금금리=지난 10일 국민은행이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만기가 없이 수시로 돈을 넣고 찾을 수 있는 예금)의 금리를 연 0.25%에서 0.1%로 사실상 무이자 수준으로 내린데 이어 조흥은행도 14일부터 보통예금의 금리를 연 0.3%에서 0.25%로 인하키로 했다.

제일.기업은행은 이달 들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연 4.8%, 4.6%에서 4.6%, 4.5%(지점장 전결금리 기준)로 인하했다. 국민.조흥은행 등도 올들어 지난달 말까지 정기예금 금리를 각각 2~4차례 인하해 4.4~4.5%대로 낮췄다.

◆올라가는 수수료=신한은행은 18일부터 인터넷 뱅킹 수수료를 현재 건당 3백원에서 5백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25일부터 인터넷 뱅킹 수수료를 건당 5백원(일반고객 기준)에서 6백원으로 올린다.

우리은행도 다음달 2일부터 영업점 내 송금 수수료를 10만원 이하의 경우 건당 6백원에서 1천원으로 대폭 올린다. 다른 은행계좌로 10만원을 송금할 경우엔 종전보다 5백원 오른 2천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전표.문서 열람(우리), 임대차 확인.약식 신용분석(기업), 외국환 매입증명서 발급(대구) 등 신설되는 수수료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담당자들은 "이제는 은행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업인 만큼 종전에 무료나 저가로 제공되던 서비스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영업 부진에 따른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까다로워지는 대출=기업 자금의 수요가 몰리고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내리는 데는 인색한 반면 오히려 대출한도를 줄이거나 심사를 더 엄격하게 하고 있다.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연체 전력이 많은 고객들에게 대출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거나(국민), 개인 신용등급별로 대출한도와 담보인정비율 등을 차등 적용하고 있으며(신한), 만기 연장도 신용있는 보증인을 추가로 내세울 경우에만(조흥) 허용한다.

기업 대출의 경우 하나은행이 거액 대출의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것을 비롯해 우대금리 적용 기준도 엄격하게 바꿨다. 또 그룹을 믿고 돈을 내주던 종전과 달리 개별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여신심사를 벌이는 은행들도 늘고 있다.

국민.조흥.신한은행 등은 이달부터 계열(그룹)보다는 계열 소속 기업의 신용도와 재무건전성을 개별적으로 따져 대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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