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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과학” 프레임에 시장 지각변동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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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호 10면

“침대는 과학입니다.”

비즈니스 세계도 치열한 프레임 전쟁

 18년 전 처음 나와 이제는 식상해지기까지 한 광고 카피다. 하지만 이 문구로 침대 시장은 격랑을 맞게 된다. 의자·식탁·소파와 같이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갖춘 가구를 뛰어넘어 건강이 제1 요소로 부각됐다. 무게추는 일반적인 가구업체가 아닌, 침대 전문회사로 옮겨갔다. 1000만원이 넘는 고가 침대가 탄생하는 것도 이 즈음부터다.

 상품 판매에서도 프레임 전쟁은 치열하다. 뚜렷한 이론이 형성되진 않았지만 소비자 관점의 변화가 판매량과 직결한다는 점을 기업들은 실전적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케팅 프레임 대결은 이동통신 분야에서 뜨거웠다. 지난해 7월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가 “우리가 100% 진짜 LTE”라며 선제 공격에 나섰다. SKT와 KT가 LTE A기술로 치고 나가고, LG유플러스가 당장 이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을 짠 것이다. “나머지는 가짜, 반쪽 LTE”라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 강신구 부장은 “실제 시장점유율이 1%포인트가량 올라갔다”고 전했다.

 업계 1위인 SKT가 “기술적으로 LTE는 뒤떨어지는 거다, 진짜도 아니다”며 반박했지만 상대 프레임에서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호흡을 가다듬은 SKT는 반격에 나선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100% LTE, 아무나 가질 수 없는 LTE A”로 새 프레임을 짰다. 프레임의 틀을 ‘진짜냐 가짜냐’에서 ‘명품이냐 아니냐’로 전환시킨 것이다.

 노트북의 프레임 대결도 흥미롭다. 삼성전자는 신형 아티브북을 출시하면서 ‘대화면’에 강조점을 뒀다. 보기 편하다는 것을 내세운 것이다. 그러자 LG전자는 아예 제품명을 ‘그램’이라고 붙였다. 통상의 노트북 무게가 1킬로그램(㎏)을 넘는 것에 비해 980그램(g)밖에 안 된다는 것을 중시한 전략이다. 가벼워 들고 다니기 편하다는 컨셉트다.

 의표를 찌르는 마케팅 프레임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후반 자동차 업계가 주행성능, 연비, 가격 등을 내세울 때 “쉿!”이란 카피로 소음에 포인트를 둔 대우자동차 레간자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조미료가 건강을 해친다는 비판에 휩싸일 때 ‘고향의 맛’이라는 역발상을 부각시킨 다시다는 흥행에 성공했다.

 컴퓨터의 기능성에만 주목할 때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의 접목을 시도한 애플은 그 자체로 소비의 아이콘이 됐다.

 과거엔 똑같은 마케팅 프레임이라도 되도록 긍정적 요소에 초점을 맞췄다. 95% 살코기와 5% 지방을 가진 햄이라면 95% 살코기에 방점을 뒀다는 얘기다.

 반면 최근 경향은 달라졌다. 단점을 숨기지 않고 과감히 드러낸다. 예를 들어 커피믹스에서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 나트륨을 뺐다”는 식이다. 건강에 부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킨 뒤, 이게 아예 없거나 적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는 것이다. 성형 수술도 “예뻐진다”보다 “부작용이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동국대 경영학과 여준상 교수는 ”과거엔 ‘무엇이 있다’는 가산 이론이 중심이었다면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고도 사회가 될수록 ‘해로움이 없다’는 안전 지향적으로 마케팅 프레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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