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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삼척군 황지|성태탄광목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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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첫눈발이 날린 태백준령에 고산의 선녀같은 얼룩배기 젖소들이 동해가 내려다 보이는 산마루를 누비며 한가로이「클로버」를 뜯고 있다.
해발 9백m가 넘는 첩첩계곡 불모지를 마치「골프」장처럼 평원으로 뒤바꿔 놓은 산장목장.
여기가 바로 광부 건강을 위해 세워진 강원도 삼척군 황지읍 황지12리에있는 성태탄광목장(사장 김선영·59)이다.
국내 탄광업계에서는 물론 전국 각사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마련된 근로자후생복지 목장이다.

<불모지를 골프장처럼…>
바위산을 깍아 일군 젖소용 초지만도 3백60만평.
이가운데 말목울타리로 단장된 건평 3백평의 우사와 돈사·양계사, 그리고 서구식 대형「엔실리지」가 우뚝 선 풍경이 한폭의 그림같다.
젖소는「캐나다」산「홀스타인」으로 새끼 24마리를 합쳐 1백34마리의 대가족이고 닭 3천마리에 돼지도 1백74마리나 된다.
두부공장까지 갖고있는 성태탄광은 목장에서 나오는 우유·달걀·두부와 돼지고기를 곁들여 1천4백96명의 광부들과 1백54명의 직원들에게 연일 무상 공급하고 있다.
탄광소장 김정수씨(43)는『이 급식이후 중노동에 시달리는 광부들의 단백질·「비타민」결핍현상이 해소되고 건강이 크게 좋아지고 있다』고 자랑한다.
성태탄광이 목장을 세운 것은 지난71년9월.
30여년간 탄광업에 몸담아온 심사장이「석탄 증산은 무엇보다도 광부 건강에서부터」라는 판단아래 국내 최초로 시도한 것.
처음 불모지로 버려져온 성백산계곡을 일궈 초지20ha를 조성, 젖소먹이인「오차드·그래스」「나디노·클로버」등을 심고「캐나다」에서 마리당 80만원짜리「홀스타인」어미젖소20마리(암2·수18)를 사들여 시작했다.
목장이름은 김사장이 자신의 가운데 이름자「선」자에 광부후생복지를 위한 마음의 한자「심」자를 붙여「선심」이라 지었다.
그이듬해 고산지대 낙농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깨고 젖소가 30마리로 늘고 여기서 나온 우유로 광부들에게 첫 무상 급식을 할수 있었다.

<단백질·비타민결핍 해소>
이에 자신을 얻은 김사장은 젖소20마리를 다시 사들여 젖소사육을 확대하는 한편 닭2천마리를 구입, 양계까지 손을 뻗쳤다.
초지도 험준한 계곡을 화단같이 가꿔 당초 20ha의 6배인 1백20ha나 조성, 1백34마리로 늘어난 젖소들이 마음놓고 뛰놀며 자랄수있게 넓혔다.
이렇듯 자리를 굳힌 성태탄광은 지난해부터 돼지사육을 시작하고 하루 2천모 생산능력의 두부공장도 함께 세워 8년만에 광부들의 건강관리에 이상없는 무상 영양급식제를 마련했다.
목장장 김증범씨(35·건대축산과출신)는『우유는 1일평균 2백70kg을 짜고 달걀은 2천여개가 나온다』고 자랑한다.
우유는 냉동처리장을 거쳐 살균처리후 광부1인당 하루 달걀1개를 끼워 1홉씩 출·퇴근때 공급된다.
급식담당 김명애양(23)은『더 달라고 졸라댈땐 눈도 흘기지만 일과중 급식시간이 가장 재미있고 기쁘다』며 웃었다. 광부들에게 주고남는 우유는 자녀들이 다니는 성태국민학교와 인근 경로당에 보내고 있다.
두부는 광부 1가정마다 하루 1모씩, 그리고 돼지고기는 월1회 1근씩 무상 공급해준다.

<남는 것은 학교·경로당에>
근속20년째라는 광부 이상인씨(52)는『탄광일을 끝내고 갱밖에 나와 우유1잔에 달걀1개를 들이마시면 탄가루에 막힌 목이 단숨에 트여 꼭되살아나는 기분』이라고 했다.
광부들은 이같은 급식으로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부속병원과「가톨릭」산업의학「센터」가 71∼75년사이 우유·달걀·두부 급식자 4백81명과 미급식자 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격변화조사결과 입증되고 있다.
급식자의 경우 평균체중이 60.5kg으로 미급식자 59.25kg보다 1.3kg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치의 광부직업병인 진폐증유병율이 급식자는 평균 10.59%의 절반에 불과한 5.5%였다.
김영식차장(45)은『이처럼 되기까지 목장에 투자된 돈이 무려 3억9천7백30만원』이라고 밝힌다.

<급식자는 직업병도 적어>
이 목장의 한달 운영비도 엄청나 사료대·인건비·약값·관리비등을 합쳐 7백30만원.
목장에서 생산되는것이 월6백만원을 밑돌아 매월 1백30만원이상 적자속에 운영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탄광측은 이돈으로 월4만5천t의 석탄을 캐는 광부건강과 바꾸수없어 아깝지 않다고 했다.
벌써 눈발이 날린 성태탄광목장은 목부들의 바쁜 일손끝에 월동준비가 끝났다.
50명의 목부들이 3백60만평 초지에서 베어 말린 풀을「엔실리지」에 저장했다.
목부들은 내년에 젖소가 2백여마리로 늘고 돼지사육이 광부수와 맞먹는 1천5백마리로 확대될 목장을 설계하며 가슴부풀어있다.
글 탁경명 기자 사진 심원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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