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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참새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제오후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우리집건너 길 아래 예비군복을 입은 청년들이 서 있었다. 그 중 한 청년의 손에는 커다란 공기총이 들려있었다. 나는 과연 저 사람들이 무엇을 하려고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한동안 지켜보았다. 갑자기 땅! 하는 소리가 났다.
몇 마리의 참새 떼들이 푸드득 하고 날아간다. 연달아 두 청년들은 방아쇠를 당긴다.
땅! 땅! 땅!
그들은 마치 전쟁에서 이긴 승리자라도 되는양 의기양양하게 서서 총소리에 놀라 멀리 날아가는 새들을 보고 있었다. 그러자 어디선가 동네어린이들이 그들 곁으로 다가선다. 『아저씨! 꿩 잡으려고 그러세요?』 『총알은 얼마나 큰가요?』하면서 아이들은 곧 그들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
나의 집 동네는 산이 있고 배 밭이 있어서 매우 공기가 맑다. 봄이면 뻐꾸기 소리도 들리고 약수터도 있어서 새벽이면 약수터에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무척이나 많다.
농사에는 참새가 큰 피해를 주고 있을지 몰라도 너무나 삭막하고 정서가 메말라가는 도시인들에게는 새소리야말로 얼마나 정신건강에 좋은 것인지 모른다.
얼마 전 어느 방송국에서는 자연의 소리라고 해서 여러 가지 새소리들을 녹음해서 시간마다 들려준 일도 있었다.
비록 녹음에 의한 소리였지만 나에게는 실지로 산에서 듣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새소리를 좇아내고 대신 총소리를 내다니! 그 무신경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 청년들과 아이들은 멀리 가버리고 없지만 또 어디에선가 총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불안하다.
땅! 땅! 땅
아직도 전쟁의 위험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이 땅이기에 총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다. 이 도시에서, 이 나라안에서 다시는 총소리가 나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윤춘희 <서울 면목7동 520의19 연립주택11동2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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