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SNS 범람하는 시대, 내 고백은 진실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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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문경의 ‘Evolg-part2’(230×230×90㎝)는 제목도 ‘Glove’를 거꾸로 했다. [사진 서울대미술관]

“사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입니다. 누구도 자신의 진짜 얼굴을 차마 내놓지 못합니다. 다만 살까지 파고든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미시마 유키오가 소설 『가면의 고백』(1949)에 이 구절을 쓸 때만 해도,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고백이 넘쳐나는 세상을 맞을 줄은 생각지 못했을 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온라인상에는 수많은 개인의 사생활이 떠다닌다. 그러나 이같은 사생활은 형태만 고백일 뿐 실상은 꾸며진 혹은 편집된 내면의 모습이다. 서울대미술관(관장 김성희)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 ‘가면의 고백’전은 모든 것이 투명한 듯한 미디어 시대에 고백의 의미를 생각에 보는 전시다.

 전시장 초입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형 손장갑은 미키 마우스의 손을 솔기가 드러나도록 거꾸로 바느질한 정문경의 설치다. 뒤집힌 안과 밖으로 시작된 이 전시에는 김민경·김아영·난다·로와정 등 국내외 작가들의 ‘고백’에 대한 단상들이 드러난다. 별도의 방에 모셔진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의 작품만이 성장기의 상처를 작품의 소재로 삼은 진실한 고백이다. 과거의 고백이 진짜와 가짜, 겉과 속을 대조시키고, 자기 눈이 아닌 렌즈를 통해서 사물을 인식하는 오늘날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26일에는 김성헌 단국대 영문과 교수가 ‘가면, 예술로 태어나다’, 8월 30일엔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노출과 관음의 경계-소셜네트워크’를 주제로 강연한다. 입장료 일반 3000원. 02-880-9504.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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