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성장론 … 이주열, 금리인하로 날개 달아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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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왼쪽)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올 4월 1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처음으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중앙포토]

“한국은행과 경제 인식에 대한 간극을 좁히는 노력을 하겠다. 경기 하강 위험이 커졌다는데 한은도 동의하지 않겠는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의 이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마침 10일은 한은의 금리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는 날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청문회에서도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내수 진작을 위해 규제 개혁, 금리 인하, 추경 편성 등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대체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 권한은 한은 몫이지만 경기가 어려운 만큼 금리를 낮춰달라고 주문한 셈이다.

 한데 발끈했어야 할 한은이 잠잠하다. 게다가 이주열 한은 총재는 물가 안정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정통 한은맨이다. 그는 지난 4월 취임 초만 해도 ‘강경파(매파)’ 면모를 드러냈다. “금리를 움직여야 한다면 올리는 쪽”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10일 금통위 때부턴 부쩍 조심스러워졌다. 금통위 후 그는 “4월엔 경기 전망이 좋았다. 7월에 새 경기 전망이 나오는 것을 보고 추후 방향을 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내 발언에 대해 시장이 ‘깜빡이’(신호)로 받아들였다면 내가 너무 깜빡이를 일찍 켠 것”이라고도 했다.

 시장에선 최 부총리 후보와 이 총재의 개인적 인연에 주목한다. 이 총재는 연세대 경영학과 70학번, 최 부총리 후보는 경제학과 75학번이다. 최 부총리는 연세대 동문 사이에서 선후배를 깍듯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이 총재가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한은의 새 수장으로 지명되자 당시 여당 원내대표이자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세였던 최 부총리 후보가 민 게 아니냐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물론 두 사람은 이 같은 개인적 친분을 극구 부인하고는 있다.

 오비이락이었을 수도 있지만 시장이 최 부총리 후보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운 건 이 때문이다. 금리 인하에 동조하는 여론도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2.5%로 주요 선진국보다 한참 높은 편이다. 미국과 일본은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0.25%이던 기준금리를 0.15%로 낮췄다. 금리를 내리면 국내로 들어오는 외자를 줄여 원화 강세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 후보의 발언이 한은의 입지를 되레 좁힌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한마디 했다고 한은이 바로 금리를 내리는 건 모양새가 사납다. 10일 금통위에서 현재 2.5%인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이유다. 대신 금통위가 이를 만장일치로 결정하느냐 여부가 더 관심사다.

금통위 후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하느냐도 주목된다. 시장은 한은이 현재 4%인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 정도로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하폭이 예상보다 크면 금리 인하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세종=김원배 기자, 박진석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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