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고수에겐 세상이 놀이터? 난 아직 세상 어려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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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호호비치 제공]

 
“망가진 인생을 역전시켜줄 신의 한 수.”

가로 42.5㎝, 세로 45.5㎝의 나무판 위 각각 19줄, 361점에서 펼쳐지는 바둑판에는 흔히 인생이 담겨 있다고 한다. 흰 돌과 검은 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흐름이 달라지고, 열심히 두더라도 위기가 찾아오고, 이겼다고 생각했을 때 반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경우의 수가 많은 바둑판은 단 한 번도 같은 수가 나온 적이 없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영화 ‘신의 한 수’는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바둑을 인생과 미묘하게 연결시켰다. 영화는 패착(바둑에서 패로 이끄는 결정적인 수)으로 망가진 삶을 사는 태석(정우성)·주님(안성기)·허목수(안길강)를 소개하며, 이들이 승착(바둑에서 승리로 이끄는 결정적인 수)으로 잃어버린 인생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41)은 “인생과 연기, 바둑은 수백 가지 선택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는 이제 좀 알 것 같은데, 세상은 아직 어렵고 궁금하다.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세상과 섞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남들과 같은 일상을 누리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의 한 수’에는 “이 세상이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이 아닌가…”라는 대사도 등장한다. 20년차 배우 정우성에게 촬영장이 놀이터 인지 아니면 생지옥인지 물었다.

“사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촬영장은 늘 내게 놀이터였다. 연기하는 게 즐거웠기 때문에 고민이 생길 틈이 없었다. 촬영을 하다 보면 힘들 때도 있지만, 한 번도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즐겼다.”

단 하나의 수로 모든 판을 승리로 이끈다는 바둑의 고수 ‘신의 한 수’를 찾기 위해 질주했던 영화는 “신의 한수는 결국 매일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들의 한 수”라는 대사로 마무리한다. 정우성은 “내 연기인생에서 ‘신의 한 수’ 같은 작품은 ‘비트’였다”라고 말하면서도 “내 인생의 ‘신의 한 수’는 바로 지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우성은 “실제 삶에서는 ‘신의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나도 올해로 20년 차지만 연기가 항상 새롭다. 매일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영화 ‘신의 한 수’ 홍보 일정을 마친 정우성은 휴식 기간 없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촬영장에 바로 복귀할 예정이다. 정우성은 “촬영이 끝나면 제주도라도 다녀오고 싶다. ‘감시자들’ 때부터 이어달리기를 하다 보니 휴가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남록지 인턴기자 rokji12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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