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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열에 춤추는 개인주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꼭 10년전 이맘때다. 69년8월 미국각지에서 흘러든 50만명 이상의「블루진」의 젊은이들은 『「우드스톡」공화국』을 선포했었다. 일체의 낡아빠지고 억압적이며 부패한 질서를 추방하고 새로운 질서를 선언했다.
「로크뮤직」축제형식을 빈 젊은이들의 함성은「반문화시대」도래를 예고했다. 반문화의 거센 흐름은 반전평동과 시민권운동으로 대학가와 소수 흑인사회를 휩쓸었다.

<「섹스」문란과 마약성행>
한편 「섹스」의 문란이나 마약성행 같은 사회문제도 불러일으켰다.
7O년대의 미국사회와 문화는 어떻게 보면 「우드스톡」선언의 확산, 그리고 침전과정과 맥락을 같이한다.
「앤디」라는 검둥이 청년은 속달우편을 배달하고 있다. 그는 큼직한「스테레오·라디오」를 메고 다닌다.
옆 사람 눈치쯤은 아랑곳없이 「볼륨」을 폰여「디스코」음악에 맞추어 건들거린다.
「앤디」같은 젊은이들은 얼마든지 만날 수 있고 TV는 어린이「디스코」경연「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백악관 비서실장「해밀턴·조던」의「코카인」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진「뉴욕」시내 「스튜디오 54」는 부유층 저명인사들이 단골이다. 동성연애자들의 소굴이기도한 그곳은 교양있다는 교사·변호사·관리, 기타 전문직 종사자들도 드나든다.「디스코」춤은 70년대 후반의 미국사회의 조감도 같은 것이라고 평가된다.

<슬픔은 나의 것이 아니다>
『「탱고」는 두 사람이 춘다』는 말이 있지만 옛날에는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정을 주고 받으며 질서를 유지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모두가 따로 따로 노는 「각개약진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미 「트위스트」나「고고」「댄스」가 판을 칠 때부터 그런 조짐이 보였지만「디스코」시대에선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고 나만 즐기면 그만이다.
심하게는「섹스」까지도 나만 만족하면 된다고 할만큼 바뀌고 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슬픔이나 괴로움을 같이 아파해주지 않는다. 극도의 개인주의나 구제받을 수 없는 경제적·인종적 불평등, 그리고 국민적 도덕의 타락 등이 반문화의 허상으로 비판된다.
「오일·소크」로 절약이 강조되자 일부에선 자동차 함께 타기「캠페인」이 벌어지고 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 심리학자는 미국인에겐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지느냐가 가장 큰 관심거리의 하나라면서 자동차나 「아파트」는 최소한의「자기영역」을 보장해 준다고 풀이했다.

<어딜가도 「탁견소」성업>
미국의 어느 동네에 가도 『개 손질하는 집』이라는, 개 미장원 같은 업소가 있다. 고급화장비누로 목욕을 시키고 털을 곱게 빗어넘겨 치장을 해준다. 때로는 개 주인이 출타할 때 개를 대신 맡아 주기도한다. 일종의「탁견소」다.
「린더」란 과부는 아침마다 「개 미장원」을 방문하는 것이 하루의 즐거움이다.
자기 자식에게도 못한 정성을 개 한마리에 쏟으면서 미용사와 시시껄렁한 얘기를 나누는것이 사는 보람이다.
『개 팔자가 상팔자』인 것이 바로 미국이다. 백화점마다「최고로 친한 벗」을 팔고 있다.
수입종류의 개와 고양이 다람쥐와 열대어. 심지어는 도룡뇽이나 뱀까지 버젓이 최고의 친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람끼리 만나고 헤어지는데 우리같은 찐득찐득한 감정이 별로 없는 미국에선 부부사이도 그렇고 부모·자식사이도 마찬가지 같다.
10년전만해도 조그만 도시는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젊은 남녀가「아파트」방을 얻기는 어려웠다.
또 흑인과 백인「커플」에게도 방을 주지 않았다. 「마리화나」를 흡연한 경험이 발각되면 경찰로 채용되지 앉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귀때기가 새파란 젊은이들이 콧수염을 길러도 어른들은 나무라지 않는다.
대낮에 「마리화나」를 피워 물고 「뉴욕」시내를 활보해도 모른 체한다.

<흑백「커플」냉대는 옛말>
10년 전에는 혼전 「섹스」가 잘못이란 의견을 가진 젊은이가 79%나 됐지만 최근 조사를 보면 79%가 혼전「섹스」를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의 미국을 낙관하려는 사람들은 숱한 불평등과 반도덕에도 불구하고 「우드스톡」세대가 결과적으로 사회에 끼친 밝은 면을 강조한다.
「베트남」전쟁과「워터게이트」「스캔들」로 정점에 오른 반전사상과 과격한 사회 「무드」가 전통적인 의식으로 복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반문화로 인한 미국인의 개방성과 관용의 정신이 80년대를 밝히는 청신호라는 평가다.
일부에선 흑인과 소수민족, 그리고 저소득층의 권리신장과 여성들의 자각 같은 또 다른 형태의 시민권운동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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