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노인 당뇨병 환자, 저혈당 주의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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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오래 앓을수록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보통 당뇨병의 합병증이라고 하면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떠올리는데, 노인 환자는 이런 질환 외에도 저혈당을 주의해야 한다.

흔히 당뇨병이라고 하면 혈당이 높아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이가 많은 당뇨 환자는 저혈당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저혈당은 헐당이 70mg/dl 이하로 낮아지는 상태를 말하는데, 저혈당 상태가 되면 현기증, 두통, 시야 흐림, 의식 소실 같은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운전을 하고 있거나 위험한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혈당이 발생하면 사고 발생 위험이 있으며, 심하면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저혈당 증상은 갑자기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사탕 등 혈당을 높여줄 수 있는 간식을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단체 등산에서 본인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무리해서 단체를 따라가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야외 활동에 나설 때 동료들에게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음을 미리 이야기하고 주스나 사탕 등을 섭취해야 할 때 도와줄 수 있도록 미리 이야기를 해 놓는 것이 좋다.

저혈당은 보통 당뇨병 치료제의 복용 때문에 나타난다. 설폰요소제 같은 인슐린 분비 촉진제 치료를 받거나, 인슐린 용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당뇨 치료제를 과도하게 복용한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약 복용을 했었는지, 안 했었는지 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모르고 약을 두 번 복용하여 저혈당 증상이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빨리 대처를 해야 하며, 일찍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의식이 흐려져 실신에 이를 수도 있다. 노인이 혼자 집에 있을 때 저혈당이 오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요즘 나오는 당뇨병 치료제들은 저혈당 위험이 적은 제품도 많다, 체내 혈당이 높은 상황에서만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 시키고, 혈당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활성화 시키지 않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치료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도 있다. 노인 환자들은 당뇨병 외에도 다른 질환을 같이 앓고 있는 경우가 많고, 연세도 많고, 환자 개인의 치료 의지도 다르기 때문에 치료제를 처방할 때 효과와 안전성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특히 최근 각국 학회에서는 각 환자의 동반 질환, 나이, 기대수명, 치료 의지 등에 따라 당뇨 치료 목표를 환자별로 다르게 설정하여 치료할 것을 추천하고 있는데, 제2형 당뇨병 치료제 가브스(성분명: 빌다글립틴)는 제2형 당뇨병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연구에서 저혈당 위험이 낮게 나타나, 안전하면서도 환자별로 각각 다른 치료 목표에 효과적으로 도달하게 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라도 저혈당 위험이 두려워서 당뇨병 치료제 복용을 거부하는 것은 그야말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 치료제 복용을 통해 혈당을 조절해야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위험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다양한 생활습관 교정이 필요하며, 노인들은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도록 신경 써야 한다. 어르신들의 경우 입맛이 없어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는 경우도 많은데, 노인 환자의 경우 영양 섭취가 중요할 뿐 아니라 규칙적인 식사는 저혈당에 빠질 가능성을 낮춰줄 수 있으므로 식사는 꼭 제때 챙기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최동섭 교수

※ 본 칼럼은 외부 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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