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준의 진밭골 그림편지] 4월 12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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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꽃 축제가 진해에서 열렸답니다. 우리 동네도 조금 있으면 산벚나무가 꽃을 핍니다. 진밭골 산벚꽃은 진해 벚꽃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흐벅집니다.

핏기 없던 산등성 곳곳에 어느 날 갑자기 연분홍 꽃이 화들짝 피어납니다.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진달래꽃.개나리꽃.살구꽃.산벚꽃이 차례로 피는 사월 봄철의 산천은 처다 만 보아도 즐겁습니다.

동네 부녀회장이 전화를 했습니다. 올 봄에도 봄놀이를 가자고요. 이 마을 주민은 봄이 되면 관광을 갑니다. 저는 이 들에서 꽃놀이하는 것이 더 좋은데 굳이 밖으로 나들이 여행을 하자고 합니다. 동해안에서 회를 시켜먹고 온천에 다녀오는 관광일텐데 평생 동네가 일터인 요즈음 농부 맘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그러나 농민의 자존 높은 문화인 화전놀이를 계속 살렸으면 합니다. 꽃전을 부치고 진달래술을 담아 들에서 노니는 풍속 말입니다. 이는 남북 겨레가 모두 즐기던 봄의 꽃 잔치입니다. 평화를 갈구하는 겨레의 오랜 봄 풍속 같습니다. 저는 농민의 소탈한 신명을 좋아합니다. 꽃놀이는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놀 줄 아는 풍류가 있습니다.

김봉준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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