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데려오라. … 일부회사선 현상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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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영국우체국엔 편지 고르는 일자리가 몇 달째 수 백개씩 비어있다.
변두리의 한 구두 수선점 진열장에는 『당분간 주문사절』이란 공고가 1주일이면 6일씩이나 붙어있다.
주문은 밀리는데 7O노인이 혼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하루 주문 받은 걸로 1주일을 일한다는 것이다.

<구둣방마다 주문사절팻말>
『왜 견습공을 채용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요즘 젊은이들이 이런 따분한 일을 배울 것같으냐』면서 『내가 죽으면 모두 새 구두만 신게될 것』이라고 악담 비슷한 독백을 하는 것이었다.
어떤 회사에서는 직원들에게 현상금을 주면서 일할 사람을 데려오도록「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런 모순들이 상업에 반영되어 영국의 대기업들, 예컨대 「롤즈·토이슨,「브리티시」강철회사,「십·빌딩」.「브리티시·레이런드」자동차회사 등이 모두 수 년째 적자운영을 계속하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가 않다.
이런 현상이 한 두 사람의 나타나 욕심 때문이 아니고 대부분 노동자들의 생활양식의 화에서 온 것이라는 경제학자「노시터」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어떤 경제정책으로도 치유할 수 없는 사회변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주거지의 변화도 그런 추세와 일치하고 있다.
서구공업국가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현상이지만 영국의 경우 「런던」의 인구는 71년에서 77년까지 6년 동안 47만명, 전체 인구의 6%가 시골로 빠져나갔고 정부 공업지대에서도 비슷한 인구이동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세번」강변에 서서 보면 미래학자나 「제로」성장론자들이 제시하는 소위 후기 산업사회의 모습이 별로 비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구6%가 전원으로 빠져>
제2의 산업혁명이라 할 전자기술을 토대로 l, 2차 상업은 축소되어 생활권밖으로 추방되고 사람은 기계 아닌 사람을 상대로 하는 제3차산업 중심으로 활동함으로써 생활의 질을 중요시하는, 보다 인간적인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는 반성장론자들의 미래상이 여기서는 그처럼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영국인들은 물론「세번」강변의 경우를 그처럼 낭만적으로 확대해서보지는 않는다. 다만 노쇠한 옛 공업중심지들이 그런 식으로 변화에 적음함으로써 유령도시화하는 것을 방지했으면 좋겠다는 하나의 다행한 예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세번」강변의 경우를 확대해서 그런「후기 산업시대」의 생활양식이 이미 시작되고 있으며 그런 현상은 역시 산업혁명의 본 고장인 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소위 영국병이라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그것은 오랜「현대」의 산업사회를 살아 나오는 동안 소비상품의 소유욕보다 자신의 세계를 가꿀 수 있는 스스로의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는 새로운 풍조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상-현실차 해소가 고민>
노동자들은 l시간을 더 일해서 1천원을 더 벌 것이냐, 아니면 그 1시간을 자기가정에서 즐기느냐를 저울질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이 저울질에서 소득보다는 여가쪽을 택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토마·클럽」에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제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던「라스즐로」는 최근 『인간의 내적한계』라는 책을 통해서 서구전역에서 탈 현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모더니즘」은 이제 생산체감의 단계에 접어든 낡은 사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는 더 이상 도시화하고 더 이상 자원을 투입하고 더 이상 대량생산을 하더라도 그로 인해 얻어질 결과는 이미 한계가 그어졌고 부작용만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적 불황이 큰 해일처럼 몰려올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견 속에서 80년대를 맞고 있는 서구공업국들의 고민은 그런 이상과 실제의 엄청난 격차를 어떻게 사회 동요없이 조화시켜 나갈 것이냐는 데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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