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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빈국일수록 시급한 과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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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7년 미「바텔」연구소의「테아턴」박사「팀」은 4백30만「달러」를 투입, 4년간의 연구 끝에 오늘의「제록스」 복사기를 개발, 기업화하는데 성공했다.
이 성공이 오늘날 세계굴지의 기업체인「제록스」사의 바탕이 된 것이다.
이보다 2년 늦은 39년 미국의「뒤퐁」사는 11년간의 연구와 2백만「달러」의 연구비를 들인 끝에 「나일론」을 발명, 기업의 성장은 물론 인류의 의생활에 혁신을 가져왔다.
일본의「도오레이」사는 뒤늦게 51년「뒤퐁」사로부터「나일론」생산기술을 도입했으나 이 기술도입만으로도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때 「도오레이」가 기술도입 댓가로 지불한「로열티」는 10억「엔」으로 당시 이 회사 자본금 7억5천만「엔」을 훨씬 넘었다.
선진공업국들이 오늘의 번영을 구가하게 된 것은 실로 이처럼 끊임없는 기술혁신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스위스」「벨기에」「오스트리아」같은 조그마한 나라들이 독일·「프랑스」같은 대국들 틈에 끼여 있으면서도 굿굿이 살아 남아 있는 것도 기술개발에 힘을 기울인 때문이다.
「이스라엘」도 수출상품의 15%가 새 상품이거나 세계에서 최초로 생산되는 것이다.
최근「이스라엘」에서는 2주간을 놔두어도 상하지 않는「토마토」가 개발되었다 한다. 이「토마토」가 상품화되는 경우 재래「토마토」가 시장에서 축출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새로운 제품은 새로운 수요를 유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제공한다.
선진공업국의 견제와 후발개도국의 추격에 낀 신생공업국들(NICS), 특히 우리처럼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가 협살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가 기술개발밖에 없다고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슷한 노력을 들여 만든 제품이라도「컬러」TV가 1백60「달러」를 받을 수 있는데, 흑백은 그 25%밖에 안 되는 40「달러」를 받는 게 고작이라는 사실이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얘기한다.
경쟁력이 승부를 가름하는 국제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보다 새로운 제품. 보다 새로운기술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기술개발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우수한 두뇌의 양성·확보, 과감한 투자등 힘겨운 노력이 선행되어야한다.
미국은 지금도 GNP의 2.3%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기술이 낙후된 소련은 GNP의 4.5%를 투입하고 있으며 이밖에 서독이 2.3%, 영국이 2.1%, 이웃 일본도 1.8%를 기술개발에 쓰고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술개발이 가장 절실한 처지인데도 기술개발투자의 대 GNP 비율은77년에 0.8%, 79년에 1%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의 기술개발지원예산도 미일등 선진국들이 전체예산의 3∼6%를 투입하는데 비해 2%에도 미달되는 실정이다.
물론 새로운 기술을 자기의 힘으로만 개발하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처럼 축적된 기술이 없는 처지에서 하루 빨리 기술혁신을 이룩하고 고도산업사회로 체질을 전환하려면 발달된 선진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더 빠른 길이라 할 수 있다.
기술의 최첨단을 걷고 있는 미국도 초기에는「유럽」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고 일본이 선진기술을 들여옴으로써 공업화의 길을 단축한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도입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실정에 맞게 소화·응용했다는 점에 있다.
일본의 경우 도입기술을 소화하여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비용의 10배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는 기술도입에도 소극적이지만 도입한 기술을 개량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아 소화·응용에 투입하는 개발비가 도입비용의 2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좋은 기술을 들여다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은 선진국에서 오히려 활발하다.
일본은 1년에 8억5천만 「달러」(76년)를 기술도입을 위해 지불하고 있으며 서독이 8억3천만「달러」(75년) 「프랑스」는 10억「달러」(75년), 미국은 4억3천만「달러」(75년)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과「프랑스」는 기술수출이 더 많아 기술무역에서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과 서독은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은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3년부터 77년까지 외국기술의 수입실적은 9백5건, 기술도입을 위해 지불한 돈온 모두 합해 1억7천만「달러」로 선진국들의 1년 도입실적에도 크게 미달되고 있다. 그나마 도입기술의 대부분이 낙후된 것으로서 그 92%가「로열티」3%이하의 값싼 기술이며 사용기간도 5년 미만이 6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이 값비싼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고 사용기간도 5년 이상이 70%를 차지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이제까지 우리는 선진국이 쓰다버린 값싼 기술로도 낮은 임금의 덕택으로 그럭저럭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값싼 노임과 싸구려 기술의 시대는 지났다.
선진국들로부터 견제의 장벽이 높아지기 전에 우수한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고 이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소화·흡수·개량해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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