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널 사랑하게 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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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사랑하게 해봐/정정희 지음, 문학동네, 8천5백원

중.단편 13편의 색깔은 다채롭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아내와 자식을 사고로 잃었거나, 결혼에 실패했거나, 배우자와의 의사소통이 심각할 정도로 막혀있는 저마다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그러나 문제에 반응하고 견뎌내는 방식들은 제각각이다. '모텔 마릴린'의 주인공은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의 진행방향을 거스르는 주변 인물들을 비정하게 살인하는 냉혈한이다.

'자두잼'의 크리스틴은 자신의 사업.가정을 결딴낸 남편 정부(情婦)의 머리를 잘라 남편 생일선물로 보내는 엽기를 저지른다.

'지하철에서 그녀가 음악을 듣고 있었을 때'의 여주인공은 전동차 안에서 낯선 남자로부터 까닭없이 허벅지를 물리는 봉변을 당한 후 남편과 불화한다.

반면 '공룡'의 아내는 마음의 문을 닫아건 남편을 끊임없이 용서하고, '스카이 블루 핑크'의 부부는 미국 댈러스 여행을 통해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다. 상처와 단절, 그에 대한 반응의 다양한 변주들은 위기 앞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 가능성의 범위를 드러내 준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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