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환의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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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현대과학의 깊이나 폭은 신비에 가깝다. 범인의 상상으로는 차라리 환상의 세계같은 느낌마저 든다.
지구에서 16억킬로미터 떨어진 무한우주의 어느 한구석(?)에서 떠도는 유성. 이 별을 겨냥해 모래알보다도 작은(우주에 비해) 우주선을 쏘아 올린다. 6년6개월이 걸리는 30억킬로미터의 여정. 기어이 그 우주유영을 끝내고 목적공간에 도달한다.
이런 일이 도대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지l.
그러나 미국의 「파이어니어」 11호는 계획대로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대로 그 일을 해냈다. 흡사 무슨 추상화와도 같은 사진들로 토성근방의 그 엄청난 현지답사를 지상에 보고하고 있다.
토성은「새턴」(Saturn)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한자로는 진성, 또는 전성이라고도 한다. 중국인들은 무슨 연고인지 고기에서 어 별을 재앙의 상징으로 여겼다.
그러나 서양의 신화에선 오히려 「농경의 신」으로 떠받들고 있다. 「로마」사람들은 동지때면 「사투누스」(토성제)를 요란하게 지낸다. 고대 「로마」에선 이 명절이 오면 모든 노예들이 일손을 놓고 주인의 섬김을 받는다. 이를테면 노고에 보답하는 날이다.
지금까지 토성은 태양으로부터 여섯번째에 있는 혹성으로 적도와 평행하며 어두운 무늬에 싸인, 암색의 극관을 가진 별이라는 정도로 알려졌었다. 기원무렵에 쓰여진 중국의 『사기』에도 그 기록이 있는것을 보면 동·서양인의 눈에 일찌기 발견된 별이었다.
천문학자들은 토성의 반경(반지름)은 지구의 약9배, 체적은 약7백70배, 질량은 95.09배, 공전주기는 약29.5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었다.
1974년3월 지구를 떠난 「파이어니어」 11호는 그해 12월 목성에 이르러, 이 별을 한바퀴 돌고나서 서서히 그 속도를 줄이며 토성탐사길에 올랐었다. 그후 매시 17만6천킬로미터의 속도로 6년이 걸려 토성과 「랑데부」하게 된것이다.
토성탐험에서 가장 큰 흥미를 자아내는 것은 「타이탄」의 정체를 밝히는 일이다. 1655년에 이미 발견되었던 이 별은 두꺼운 대기에 휩싸여있어서 어쩌면 생명체가 있을것도 같다는 호기심을 끊임없이 일깨워주고 있었다.
아직 그 단서는 잡히지 않고있지만 우주탐사의 그 집념으로 보아 언젠가는 수수께끼가 풀리고야 말 것이다. 이 우주선은 벌써 토성환의 온도가 섭씨 영하2백2도라는 사실까지 기록으로 확인했다. 탄화수소나 「아미노」산이 만들어질 가능성만 추적하면 생명체의 확인에는 진일보하는 셈이다. 수만장의 사진이 찍혔다니 흔적이라도 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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