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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에서 공급자로 … 상사중재 허브 꿈꾼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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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호 21면

동북아시아에서 상사중재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국제형사재판소(ICC)의 1998년~2010년 상사중재 데이터를 보면 한국이 340건, 일본과 중국이 각각 263건, 240건이다. 상사중재는 소송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대신 제3자를 통해 중재를 받는 제도다. 기간이 오래 걸리는 재판 절차에 비해 훨씬 간편하고 저렴하다. 단심제(單審制)인데다 소요 기간도 7개월 안팎으로 짧다. 당연히 비용도 재판보다 훨씬 적게 든다.

상사중재 ‘큰 손’ 대한민국

그러다보니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중·소 기업들도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국제 시장에서 한국의 상사중재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율은 낮다. 한국이 상사중재의 공급자로도 발돋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 국제 상사중재 허브로서의 강점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김갑유(52)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 부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법무부의 ‘상사중재의 선진화 방안’ 선진법제포럼에서 “우리나라도 싱가포르처럼 상사중재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안정성도 높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동남아시아 등 주요 국가와 지리적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다. 직항 노선이 많고 출입국 절차가 비교적 간소하다는 면도 여러 국제 중재를 끌어오기에 적합하다고 김 부원장은 말했다.

국내 법조인들이 대륙법 체계를 기반으로 영미법을 가미한 교육을 받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어떤 나라의 법문화에든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보충해야할 점도 많다. 먼저 국내 유일한 상설 대체적 분쟁기구인 대한상사주재원의 소관부처를 옮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법무부로다. 법률시장 육성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데다가, 전문적인 법조 중재인력도 키우기 위해서다. 다만 법무부로 이전할 경우 중립적인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운대 심상렬(56) 교수는 “자칫 각국 사법제도의 판단이 개입된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며 “서비스 이용자인 기업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게 제도의 취지인만큼 산업부 산하에 있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재인의 언어능력도 우선 과제로 꼽힌다. 영어 뿐 아니라 중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중재법 개정도 진행되고 있다. 집행 판결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 등이 모색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재기관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유지연(43) 싱가포르국제중재센터(SIAC) 변호사는 “일관성있는 중재 판정과 높은 수준의 중재인 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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