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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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런던」은 흡사 껍질 다섯겹으로 덮인 옥파와도 같다.
제일 바깥껍질은 「동남지구」.
여기서 한겹을 벗기면 「런던」수도권이 나온다. 「그린벨트」와 그 외곽에 건설된 9개의 「뉴·타운」들이 여기 속한다.
다시 한겹을 벗긴것이 외부「런던」이다. 흔히 대「런던」(Greater London)이라 할 때에는 여기부터를 가리킨다.
껍질 하나를 더 벗기면 내부「런던」이 나오고 또 한겹을 벗기면 중앙지구가 나온다.
그리고 또 한겹을 벗기면 드디어 「런던」시(The City)가 나온다.
면적이래야 고작 3평방키로미터 미만. 서울 중구의 4분의 1도 안된다. 인구도 낮엔 1백만, 밤에는 5천명. 그나마 시장의 권한도 보잘 것 없다.
다만 권위로 친다면 그는 아마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만큼 대단한 시장이다.
이름부터가 「로도·메이어」(Lord Mayor)로 불린다.
여왕도 그의 허가 없이는 「시내」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따라서 여왕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아야 할때에는 시장이 이를 허가한다는 뜻으로 시경계까지 나가 여왕을 영접한다. 그리고 이때에는 멀리 중세기부터 전해져내려오는 의식을 치른다.
그는 「런던」시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사에선 여왕다음으로 높은 신분을 지녔다. 어느 의식에서나 그는 그밖의 왕족은 물론 수상보다도 더 상석에 앉는다.
시장선거절차도 매우 까다롭고 폐쇄적이다. 우선 종신제인 26명의 「올더먼」(참의원)들이 호선으로 2명의 후보를 뽑는다.
그중의 한 사람이 임기1년의 시장자리에 비밀투표로 뽑힌다.
떨어진 사람은 거의 자동적으로 다음해의 시장이 된다.
그러나 그 자리는 무보수의 명예직. 다만 그러한 시장의 권위를 빛내기 위해 그가 베푸는 연회며 의식때는 엄청난 돈을 지출한다.
따라서 돈이없는 사람은 시장자리를 지키지 못한다. 그러니까 돈이 없으면 애당초부터 언젠가는 시장이 될 수 있는 「올더먼」이 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가 하는 제일큰 실무는 1주에 두 번씩 시장공관안에 있는 법정에서 재판장이 되는 일이다.
여기서 그는 최고 6개월의 금고형에 이르는 경범죄를 다루는 것이다. 물론 그는 법률가로서의 지식은 깊질 않아도된다.
「런던」시장은 한마디로 영국의 역사와 전통의 산 상징과도 같다. 그래서 그는 수상이나 하원의장에 버금가는 권위와 존경의 대상이 되어있는가보다.
그런 「런던」시장이 어제 서울시장의 초대로 서울을 찾았다. 우리가 그에게서 배울게 뭣인가를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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