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짜리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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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시 요즘 1원이 돈일까?
요샌 그걸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은행창구에서도 괄시받는다.
내줘도 받아가기조차 귀찮아한다. 아무짝에도 소옹이 없는 것이다. 착한 어린이가 가령 길바닥에서 1원짜리 몇개롤 주워서 파출소에 들고가면 경관이 뭐라고 할까? 그런데도 최근 대형원유비축시설의 타당성조사 용역에 3회사가 다같이 단돈 1원에 응찰했다. 1원짜리가 단단히 한몫 본것이다.
지금부터 22년전의 일이다. 동란으로 파괴된 한강인도교의 「라이트·아치」 가설공사를 단돈 1천환에 맡겠다고나선 흥화공작소라는 무명의 토건업자가 있었다.
이때의 정부예정가격은 1억2백만환. 동공작소측에서는 『종업원전원이 영리의 관념을 일*하고 국가에 무료봉사하기 위해서』 라고 밝혔었다.
물론 속셈은 달랐다. 인도교보수를 위해 정부는 이미 5억8천여만윈의 예산을 세우고 있었다. 「아치」공사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아치」 공사에서 밑진 만큼을 다음 2차, 3차공사를 따내서 보상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심계원이 나서서 1천원짜리 낙찰을 무효로 하고, 그다음으로 싼 4천6백여만원에 응찰한 현대건설에 최종 낙찰되었다.
한일은행 본사신축을 위한 철거공사를 대림산업이 단돈 1천원에 낙찰시킨 일도 , 있다. 그런가하면 외환은행 신축을 위한 구내무부청사 철거도 단돈 몇원인가로 현대건설이 떠맡은 일도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런게 하나의 관례처럼 되어있다. 곧 철거공사틀 맡은 업자에게 다음 건설공사계약의 우선권이 돌아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일종의 묵계다. 본공사만 따내고 비용에 당초 손해를 번 설거공정비를 얹어넣으면 된다. 공짜는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좋은 판매일수가없다. 언잰가 일본의 황태자궁의 신축공학에서도 1「엔」으로 응찰한 업체가 있었다. 그러나 공짜로 민간인으로부터 집을 얻어받는다는게 황실의 체면에도 문제가 된다하여 퇴짜맞았다. 다른 정부공사에 정실이 얽힐 염려가 있다는 이유도 있었다.
미국에서는 특히나 공사계약이 까다롭다. 너무 비싸게 응찰해도 탈이요. 너무 싸게해도 의혹을 산다. 주정부는 물론 연방의 세무·상무당국들의 수사를 2중3중으로 받을 각오를 해야하는 것이다.
이번에 1억원짜리 용역을 공짜로 말겠다는 것도 앞으로 있을 6천5백억원어치 시설공사를 따내는뎨 우선권을 갖기 위해서인게 틀림이 없다.
이것만 따내면 1억원쯤은 길바닥의 1원짜리 동전 정도밖에 안된다. 워낙이 한국의 기업자들이 똥배짱이라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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