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연극인모임 76극장(대표 기국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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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촌역앞 「76소극장」을 무대로 3년째 실험극 위주의 소극장운동을 전개해온 극단 「76극장」은 기성극계의 도전세력이 되려는 의욕있는 젊은 연극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의 출발은 연극과 영화를 비롯한 각 예술분야의 실험적 터전으로서 시작된 76년의 이른바 「76무브먼트」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76소극장을 마련하는데 결정적 재력을 제공한 이재철씨와 젊은 영화학도 김태원씨가 주축이 되었던 이「76무브먼트」는 현재 「76극장」의 자리에 실험예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젊은 예술인들의 발표장이 되어왔는데 여기에 현재대표인 기국서씨가 참여하면서 연극쪽으로 방향이 굳어졌다.
그후 기성극만의 이념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한 젊은 연극인들이 극장을 중심으로 모여들면서 지금의 「76극장」이 이루어졌고 77년에는 단원들의 손으로 무대와 의자를 두드려 만들어 총28평에 무대면적 12평, 수용인원 1백20명의 자그마한 공연장 형태를 갖추었다.
『버드베드』『구토』『마지막데이트』『관객모독』『음악이 끝났을때』『러브』등 지금까지 공연해온 작품의 「팸플릿」에 여러차례 밝혀놓은 이들의 기본이념은 『연극적 행위가 수반하고 파급시키는 우리들 의식의 심화와 확대』이며 따라서 「레퍼터리」의 선정도 『동시대인의 의식과 참조활동에 동기와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함』에 그 기준을 둔다.
이러한 기본이념에 동감하여 「워크숍」에 참여하고 또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걸러진 단원들이 바로 「76극장」의 동인들인데 중앙대 국문과출신의 기국서, 강능원씨, 대학극출신의 송승환, 이정갑, 이은희씨 아동극출신의 박경호, 조주미, 방기영씨, 연극영화과 출신의 기주봉, 황병도, 박영규, 박동과씨, 옛퇴계로 연극인회관 출신 이상철, 이인철, 최영준씨등으로 이루어져있다.
극단이름에 붙어 있는「76」이란 숫자는 「76무브먼트」가 시작된 해가 76년이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음 세기의 전위가 되는 한세기의 4·4분기의 첫해인 76년의 의미와 극단의 이념을 결부시켜본 것.
『연극인들조차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는 현재의 한국연극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줄 극작가·연기자·연출가등을 이 76극단에서 키워내고 싶은것이 가장 큰 소망입니다.』극단대표 기국서씨가 대변하는 단원 모두의 꿈이다.
이것의 구체적인 실현을 목표로, 작가가 공연에 참가하여 공연이 끝나면서 비로소 한 희곡이 완성되는 형식을 취하는 「실험연극제」를 구상하고 있는 이들은 내년6월까지 소극장의 법정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공연장허가를 취소하겠다는 문공부 발표에 커다란 난관에 부딪쳤었다.
『쥐가 돌아다니고 객석도 제대로 없는 영국의 소극장에 비하면 우리극장의 조건은 상당한 것이라고 하는 어느분의 말씀도 있었지만 이대로 앉아 문을 닫을 수는 없읍니다.』
관객에게 연판장을 돌리거나 탄원서를 관계부처에 제출하고 영구초대권 판매를 통한 후원회를 조직해 어떻게 해서든지 소극장운동은 계속 되어야한다는 것이 이들의 단단한 결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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