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주왕산 수산 대웅전 세트 보존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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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부동면 이전리 주왕산 주산지. 너비 80m에 길이 1백50m 최고수심 15m인 조그만 이 연못은 물속에 반쯤 잠긴 버드나무로 유명하다. 울창한 숲속 연못에 2백년이 넘은 아름드리 버드나무 10여그루가 버티고 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수상 대웅전’이 또 하나의 명물로 가세했다. 지난해 7월 68평의 바지선 위에 10평 규모로 만들어진 대웅전은 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든 기와지붕만 빼면 사찰 모습 그대로다. 산속 분위기와 어울려 조용한 곳을 찾는 여행객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란 작품을 찍기 위해 만든 세트장이다. 오는 6월 개봉 예정인 ‘봄…’은 수도승의 수행과정을 담은 작품으로 벌써부터 영화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영화 촬영이 지난달 끝나면서 수상 대웅전이 철거될 위기에 놓이자 청송군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산지 관리를 맡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왕산관리사무소 측이 다음달 중 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사무소 측은 “촬영이 끝나는 대로 세트장을 철거하겠다는 조건으로 영화사에 세트장 설치를 허가했다”며 “인공물로 자연 경관을 해치는 데다 관리상 문제가 있어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송군은 이달 초 관리사무소에 공문을 보내 철거를 보류해 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유홍락 관광문화담당은 “곧 이 영화가 개봉되고 칸 영화제에도 출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촬영지를 보려는 관광객이 몰리면 관광 수입이 늘고 지역 홍보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시설물이긴 하지만 주위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고 못을 오염시키지도 않기 때문에 당분간 철거를 미뤄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고 수상 대웅전이 그대로 있을 경우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보고 주왕산관리사무소 측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관광객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주산지 입구에 4억원을 들여 1백여대분의 주차장과 특산물 판매장 등을 짓고 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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