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우등열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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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 77년 말에 침대차 7량·식당차 2량을 포함한 12개 차량으로 편성된 특별열차가 1백50명의 승객을 태우고 「파리」를 떠났다.
10일간의 예정으로 「이스탄불」을 다녀오는 이 열차는 기차삯만 92만원이 넘었다.
이 특별열차의「어트랙션」은 여행 중에 열차 속에서 「애거더·크리스티」의 살인극을 재연하고, 그 진범을 가려 낸 승객에게는 차삯을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것이 세계철도사상 가장 비싼 열차편이었을 것이다. 주최측에서는 『안가 본데가없고 안 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선부했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호화로운 열차는 새마을호. 속도도 물론 제일 빠르다. 같은 새마을호 속에서도 특실이란 게 또 따로 있다.
특실과 보통 실과는 실상 별다른 차리는 없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요금이 크게 다른 것이라고 할까.
예전에는 1등과 2등, 또는 3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요새는 그런 게 없다.
그냥 입석과 좌석의 차이로 나누어졌다. 지금의 보통석이 그러니까 예전의 2등에 해당된다. 모든 게 민주주의 덕분이라 할까.
비행기에도 이젠 2등이란건 없다. 그저 「이코너미·클래스」라고 부른다. 승객에게 등급을 매긴다는 게 승객에게 욕이 된다고 본 때문에서가 아니다.
가로가나 세로가나 서울 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2등에 탄 사람은 1등칸 사람에게 또한 저항감을 느끼기 쉽다.
그래서 2등칸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특실칸 승객은 『특별한 승객』대접을 받는 맛에 탄다. 그러니까 부산까지 5천2백여원에 갈 수 있는 것을 1천2백50원이나 더 내고 특실에 탄다해도 5시간동안 만끽할 수 있는 우월감을 값으로 치면 오히려 싼 편이다.
그러나 전라선과 중앙선에는 새마을호도 없고 따라서 특실도 없다. 그래서 이른바 우등열차나마 운영키로 했다고 한다.
물론 냉방이 완비되어있다. 그러니 여수나 안동까지 가는 『특별한 승객』들을 위해선 여간 다행스럽지 않을 것이다.
본시 「우등」이란 열차에 매기는 등급이다. 그러니까 새마을호를 별격으로 친다면 특급과 우등 중 어느 것이 더 격이 높은지는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철도청에서는 우등열차와는 따로이 피서열차를 14일부터 수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말이 피서열차지 여기엔 냉방시설이 없다. 또 먼저 타는 게 장땡이다. 1, 2등의 차별이 있을 턱도 없다. 언제나 콩나물 열거가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고마올 판이다. 가히 서민열차라 할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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