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경제 체질의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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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안정기조 구축에 주안을 둔 경제정책의 전환은 광범위한 경제질서의 재편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국민경제가 「급속성장」에서「안정」으로 선회할때 일어날 마찰은 당초부터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런 뜻에서 올해 하반기에 통정긴축이 한층 강화되리라는 사실도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닐 것이다.
금년들어 두 차례나 단행된 산유국의 원유가 인상으로 세계경제가 후퇴국면에 빠질 것이 명백한 이상, 한국경제가 추구하고 있는 「안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점검하고 강화하여 균형과 조화를 기하는 계기로삼아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안정을 위한 긴축이 시작되자마자 기업이나 가계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경제체질이 자본 및 기술의 축적이 미약한 채 과도한 정부지원에만 매달려 왔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제안정시책은 타인의존형으로부터 탈피하여 체계적으로 국민경제 체질자체의 양조적 강화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는 당위를 제기하고 있다.
또 거기에는 정부·기업·가계 등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3요소가 함께 고통을 참아가면서 보조를 맞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경제성장이 주로 정부의 주도아래 이루어 졌었다는 사실에 이론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경제정책의 전환기에는 정부주도시책도 궤도를 수정해야 할 것이며, 그것은 종전과 같은 보조금지급형식의 지원위주제도에서, 장기적으로 정책적인 유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자본과 기술, 그리고 시장성을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유령하는 세제·금융시책이 바람직한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지금까지「인플레」에 의한 가격경기에 안주하던 타성을 이 기회에 완전히 불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과기연(KIST)이 작성한 보고에 따르면 특히 중공업분야의 낮은 기술수준과 타인자본에 대한 과다한 의존, 그리고 원자재 구득권과 고임금 등이 초래한 재무구조의 취약성 등으로 말미암아 국제경쟁력이 크게 뒤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 보고서는 한국기업의 구조적 취약점을 단적으로 말해준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정책보호의 그늘아래서 혹은 일시적인 해외에서의 외대획득을 기하로 외형적 팽창에만 내달은 결과, 한국의 기업들은 조그만 충격에도 견디지 못하고 도산까지 하는 사태를 빚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지금 실시되고 있는 정부의 안정화, 긴축시책은 기업의 내부축적을 자극하는 자극제가 되어야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끝으로 가계의 측면에서 보자면 모처럼 일기 시작한 소비자보호운동·소비건전화기풍이 완전히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할 것이다.
「인플레」기대감에 들떠 착실한 저축보다는 사채나 투기에 뇌동하게 될 때 가계는 건실한 바탕을 잃게 되는 것이며 나아가 국민경제는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지금 지향하고 있는「안정」이 단시일에 흡족한 결실을 볼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오직 장기간에 걸쳐 참을성 있게 밀고 나가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며, 그렇게 해서 맺은 열매야말로 크고 탐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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