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이 빌렸다는 5억원은 청탁 대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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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서울시의원

서울 강서구의 3000억원대 재산가 송모(67)씨를 살해하라고 시킨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원이 송씨에게 받은 5억2000만원이 차용금이 아니라 토지용도 변경 청탁 대가라는 주장이 나왔다.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팽모(44)씨의 부인 A씨는 30일 본지 기자와 만나 남편에게 전해들은 사건의 전말을 털어놨다. 다음은 A씨와의 일문일답.

 - 김 의원이 5억2000만원을 어디에 썼는지 알고 있나.

 “송씨가 5억2000만원을 빌려준 게 아니라 토지 용도변경 청탁을 하기 위해 건넨 돈으로 알고 있다. 송씨가 가진 땅 대부분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설정돼 있는데 이걸 상업지구로 바꿔달라는 거다. 김 의원이 임기 안에 해결해 주지 못하자 송씨한테 상환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 7000만원 때문에 남편이 사람을 죽였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었나.

 “남편은 김 의원을 참 좋아했고 정신적으로 많은 의지를 했다. 김 의원이 그걸 이용한 거다. 범행 전부터 1년 넘게 남편에게 ‘친구야 나 힘들다. 너 나한테 돈 빌린 것도 있잖아. 한 번만 도와줘. 송씨 좀 죽여주라’고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송씨의 악행과 불법 재산축적 과정에 대해서도 말했다. 식당에서 사람들 많은데 송 사장에게 따귀를 맞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남편 입에서 ‘죽어도 싼 놈이네’라는 말이 나오자 김 의원이 송씨의 스케줄을 얘기하며 읍소했다고 한다. 힘들 때 도와준 친구가 계속해 부탁하니 세뇌도 되고 정신적 압박이 온 거다.”

 - 사건 뒤 김 의원에게 연락이 없었나.

 “남편이 중국에서 잡혔다는 이야기를 하자 김 의원이 남편과 통화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교도관을 통해 내가 4~5번 정도 남편과 연결해 줬다. 그때마다 김 의원은 남편에게 ‘거기서 죽어라. 오면 죽는다’라고 한 거다. 김씨는 4개의 번호로 전화를 했다. 김형식, 형식씨, 형식 킴 등으로 매번 저장해야 했다. 내가 연락을 안 받자 전화를 끊임없이 했다. 내가 경찰에 가지 않을까 불안한 듯했다.”

 - 김 의원이 따로 부탁한 것은 없었나.

 “혹시 경찰이 2년 전 업체 사장에게 통장으로 받은 1700만원에 대해 묻거든 급한 집안일로 빌려 썼는데 현찰로 갚았다고 답변하라는 부탁 전화를 받았다.”

 - 김 의원은 남편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는 사실을 알고 어떻게 행동했나.

 “남편은 ‘형식이가 변호사라도 선임해 주겠지’라고 믿고 있었다. 오늘(30일) 오전에는 김 의원이 유치장 내에서 일명 ‘뻐꾸기’(재소자)를 통해 남편에게 A4 한 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친구야 미안하다. 처음과 똑같이 약속하지 않았니. 나는 묵비권을 행사할 거다. 너는 할 말 다 했잖아’는 내용이었다. 여전히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 거다. 경찰에 편지를 그대로 넘겼다. 유치장에서 김 의원과 남편이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김 의원은 ‘나는 죽어도 보험을 많이 들어놔서 처자식을 먹여 살릴 방안을 마련해 놨다. 너는 아무것도 없지 않나’라며 또 압박을 했다고 한다.”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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