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만6천명에 「회사」가 3만여개|탈세의 천국…「리해텐슈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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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알프스」산맥기슭의「미니」국가「리히텐슈타인」공국은 탈세천국이다.
인구 1만6천여명의 이나라에 등록된 회사는 자그만치 3만여개. 「리히텐슈타인」정부는 탈세를 노리는 외국기업들이 유령회사를 설치토록 도와주는 대신 거기서 거둬들이는 관리비(세금)를 나라의「돈줄」로 삼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해도 식당몇개 뿐이던 수도「파두츠」거리엔 10여개의 7, 8층짜리「빌딩」이 솟아 생소한 이름의 갖가지 회사 간판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것은 세계 각국, 특히「유럽」여러나라에서 국내의 세금공제를 피해 몰려든 유령회사의「본사」간판들이다.
현재「파두츠」에 붙어있는 3만여 유령간판의 국적은 이태리·미국·서독·영국의 순서-.
「리히텐슈타인」에서 회사를 차리면 현지통화인「스위스·프랑」으로 3만「프랑」(한화 약9백만원)만 은행에 예치하는 것으로 자격이 갖추어진다.
단지 내국인만이 대표자가 될 수있다는 점이 문제. 하지만 외국기업에 이름도 빌려주고 사무적인 업무를 처리해주는 위탁회사가 많아 당초부터 주재원을 파견할 의도가 없는 유령회사로선 더욱 안성마춤이다.
유령회사의 입장으론 연초1천「프랑」(30만원)이상의 영업세에다가 외국으로부터의 송금을 받아 지시대로 움직여주는 위탁회사에 대행관리비만 물기 때문에 그토록 손쉬운 탈세가 있을수 없다.
최근 서독「뒤셀도르프」에 있는 어느 식품회사는 이런 방법으로 재미를 보다 덜미를 잡혔다.
「소시지」특수건조방법을 개발하여「리히텐슈타인」의 유령회사이름으로 서독에 특허등록을 마치고는 특허사용에 따른 11%의 부가세와 이에관련된 법인세를 연간 1백만「마르크」 (약2억5천만원)씩 빼돌렸던 것이다. 탈세당사자뿐만아니라「리히텐슈타인」정부와 유령회사를위한 위탁회사도 적지않은 수입을 올린다.
정부는 이들 유령회사로부터 연간 4천만「프랑」(1백20억원)의 영업세를 받아 정부예산의 25%를 충당한다.
위탁회사들로 호경기를 누려 4백개의 유령회사로부터 위탁을 받았을 경우 연간 순이익이 1백만「프랑」(3억원). 때문에 2천개 위령회사의 업무대행을 위탁받은「호즐람」사는 불과 몇 년만에 재벌로 성장, 공후의 사촌동생인「이마뉘엘」왕자까지 발벗고 나서는 형편이다.
현재 구미각국은 유령회사의 탈세를 막기 위해 세법 개정등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리히텐슈타인」이 국가적으로 지원(?)해주는 한 유령회사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본=이근양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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