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국의 대북괴 민간교류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카터」미국대통령은 당선후 취임직전에 벌써「파키스탄」정부의 중개로 북한의 김일성과 편
지를 주고 받은 일이 있었다. 취임 후에는 북한을 포함한「쿠바」「캄보디아」「베트남」같은 공
산국가에 대한 미국시민들의 여행을 자유화하고, 곧 이어 영주권소득자들에게도 같은조치를 취하
여 결과적으로 재미한국동포들의 북한행의 길을 널리 터주는 꼴이 되었다.
그런 분위기랄까, 노력의 연장선위에서 실현된 것이 지난4월 미국「핑퐁」선수들의 평양세탁참
가였다.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인가에 관한 논쟁은 딱 부러진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성질의 철학적인 문
제지만, 우리는 그때 미국과 중공간의「핑퐁」외교의 역사가「워싱턴」과 평양간에 되풀이되는
낌새 같은 것을 느꼈던게 사실이다.
평양을 향한「워싱턴」의 몸짓 하나, 말 한마디에 우리가 불안한 시선을 던질때마다「카터」행
정부는 미국의 대북괴정책의 기본노선엔 변함이 없노라고 판에 박힌 다짐을 해왔다.
그 기본정책이란 미국이 한국의 참가없이 북괴와 단독으로는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
다.
그러나 그런 다짐이 반복되고 있는 사이에「유엔」에 주재하는 북괴대사일행이「워싱턴」방문,
특히 백악관「견학」을 허용 받더니, 6월18일 아침에는「조일」「독매」같은 일본의 주요신문들
이 외무성소식통을 인용하여 미국이 앞으로 평양측과 문화·체육교류를 추진할 방침임을 일본정
부에 알려왔다고 보도하기에 이르렀다.
신빙성에는 약간의 의심이 가지만 만일 그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비정치·비외교분야에서 미국
이 북한에 일방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것과 다를바가 없는 사태다. 아닌게 아니라 미국무성
은 27일부터「뉴저지」주에서 열리는 전미「오픈」탁구에 북한선수들이 참가를 신청하면「비자」
를 발급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래서 지금부터 북한의 문화·체육관계 인사들의
미국 나들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우리는 놀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놀라지 않는다는 말이 환영한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카터」행정부에
균형의 지혜를 가질 것을 촉구하고 싶다. 우리역시 융통성없는 산술적 방정식에만 집착하는건 아
니지만 소련과 중공이, 아직도 한국이 내미는 손을 선뜻 잡기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괴와의 교류를 하나의 정책으로 굳혀버린다면 미국은 북괴의 후견국인 소련과 중공의 등을 한
국쪽으로 떠밀수 있는 결정적인 지랫대를 잃고마는 결과가 된다.
당초「카터」는 철군의 외교적인 보완조치로 중공과 소련의 협조를 얻어 북괴와의 관계를 개선
하고 한중·한소관계 개선의 길도 트겠다는 야심만만한 구상을 가졌었다. 그러나 북한을 가운데
놓고 경쟁을 벌이는 중공과 소련은 한국과의 교류는 고사하고 비공식 접촉까지도 극도로 신중을
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철군계획자체도 미국 국내의 반대여론과 북괴군사력에 관한 새로운 정보라는 복병
을 만나 중지의 공식화가 시간문제로 남았다.
이런 사정을 배경에 놓고 보면 미국이 북한과의 교류를 서둘러야할 이유를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미·일·중공간의 삼각협력체제, 소련의 태평양진출 확대, 제2단계 SALT협정의 조인같은 사태
로 한반도의 주변정세는 격동을 맞고 있다.
미국이 이런 사태를 한반도의 교착타개와 긴장완화쪽으로 유도하는 길은 주변강대국들과 남북
한간의 균형있는 교차교류의 길을 트는 것임을 강조한다.
현실을 앞서가는 미국의 대북괴정책은 평양에 의해서 악용될 여지가 맣은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