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머니, 어렵게 번 5억 전 재산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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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혼자 사는 80대 할머니가 노점상과 청소일을 하며 모은 전 재산을 불우한 이웃들을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사는 홍계향(81·사진) 할머니 얘기다. 홍 할머니는 현재 거주 중인 시가 5억5000만원 상당의 4층 단독주택 건물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행복한 유산’으로 등록하고 사후에 성남시 저소득계층을 위한 복지기금으로 사용하도록 기부했다. 유산 기부 공증절차는 지난달 20일 마쳤다.

 홍 할머니는 부산 출신으로 21살(1954년) 때 결혼해 서울에 올라왔다. 이후 마포구 공덕동 등에서 김·미역을 파는 노점상을 하고 폐지를 내다 팔아 생계를 이어왔다. 83년 성남시에 와서는 모란시장 근처에 지금의 집을 샀다. 당시엔 방 4개짜리 1층 주택이었지만 공단 액자공장에서 야간근무를 하고 지하철 청소를 하며 모은 돈으로 지금의 4층 집을 갖게 됐다. 홍 할머니는 딸이 2010년 질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이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나면서 재산 기부절차를 밟게 됐다. 평소 “죽으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생각해와서였다. 2006년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 기증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홍 할머니는 “성남에 살면서 이웃들의 도움을 받은 덕에 큰 걱정 없이 살게 됐다”며 “먼 친척이 있긴 하지만 나와 함께 살아온 주민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홍 할머니는 80대 고령이지만 성남시 금연홍보 캠페인과 성남푸드뱅크의 저소득층 자원봉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성남=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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