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코뮤니즘」의 퇴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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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탈리아」총선결과는「이탈리아」국민들의두가지중요한 성향을보여주었다.
하나는 종전후 있었던 8차례의 총선거를 통해 꾸준히 상승가도만을 달려온 좌파세력(공산당)이 크게 퇴보한점이다. 이는 북구와 영국에서 중도우파세력이 승리한 전5유럽」적인 경향이「이탈리아」에서도 확인된셈이다.
특히「이탈리아」공산당은 서구최대의 공산당으로서 이른바「유러·코뮤니즘」의 기수를 자처해왔다는데서 그 퇴조는 정치적인 의미외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의 군사전략적인 면에서도 중요하다.
「이탈리아」공산당의 득세는 곧 바로 미국6함대를 비롯한「나토」해군력의 지중해활동에 제약을 가져오고 이는 연쇄적으로 지중해연안의「스페인」·「그리스」·「터키」등에대해 정치·군사적으로 큰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서독「프랑스」영국등「유럽」주요국가에서도 좌파세가 퇴조하고 중도우파의 안정정권이 집권하고있는 현실에 비추어 적어도 당분간「유럽」인들이 보수안정경향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한다.
이같은「유럽」전체에미치는 영향은 물론이지만 국내적으로 이번총선결과는 무엇보다도 실질적으로 야당을 없게만드는 기민·공산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과 함께「모로」전수상을 납치살해한「붉은 여단」등 극렬한 좌파「테러」활동의 간접적인 책임이 좌파에 주어졌음이 반영된 점도있다.
둘째로는 중도군소정당들의 진출이다.
이러한 좌파의 퇴조가 기민당의 득표로 연결되지 않고 이들 소수정당으로 분산된 것은 기민당의 득세가 가져올지도모를 지나친 기민당의「독주」에 제동을 가해야한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또 제1당 쟁탈전에서 공산당에의한 기민당추월위험이 덜하다는 선거전의예상이 고정된지 지층을 갖고 있는 이들군소정당들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보는 경향도 있다.
또 곧있을「유럽」의회선거운동덕으로 군소정당이 득을 보았다는 점도 무시할수 없다.
민사당·자유당등은「유럽」전체속에서의 자기당「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있다.
앞으로의 정치기상을점치기는 어렵다. 기민당이 승차로 예상되던 선거전분위기는 의외로 기민당의 현상유지로 끝나고「공산당」이 퇴조한반면 군소정당들의 입김이 거세어졌기 때문이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제4차「안드레옷티」비상내각에 묵시적 지지르보내 간접적으로나마 여당권에 참가한바있는「공산당」이 완전한 야당신세로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난3월「안드레옷티」내각이 붕괴된 후, 2개월여에 걸친 타협모색과정에서 끝까지 자당출신 각료의 입각을 주장해온 공산당에 대해 기민당은 선거공약에서 공산당과의 제휴는 일체않는다고 천명한바 있어 현재로는 공산당이 여당권에 접근할 길이없다.
따라서 장래「이탈리아」정국은 사회·민사·공화·자유등 군소정당의 동향에 달려있다.
그중에서도 민사·공화·자유당은 비교적 기민당과 공동보조를 취해와 별문제가 없으나 기민·공산양당의 교량역할을 해온 사회당의 향방이 결정적인 관건으로 대두됐다.
사회당은 경제·치안문제등 많은 정책면에서 공산당과 동일한 입장이고 어떠한 형태로든 공산당의 참정을 지지하고 있으며 60년대에 사회당이 참여하여 12년간「이탈리아」를 이끌어온 중도좌파연정으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따라서 총선결과에 따른 내각구성이 순조롭지 않으면현재의「안드레옷티」선거 내각이 당면한「에너지」문제·「인플레」억제·치안등 긴급한 문제들로인해 과도내각으로서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로마=정신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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