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고향 티크리트 대규모 공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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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바그다드 함락에도 불구하고 살아 남았다면 그의 마지막 선택은 고향인 티크리트로 도주해 은신하거나 극소수 친위세력을 이끌고 최후의 항전을 벌이는 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AFP통신 등 외신들은 관측했다.

미군은 후세인의 피신 가능성에 대비해 9일 오전 티크리트에 대규모 공습을 개시했다. 이어 이번주 말 제4기계화사단을 티크리트로 진격시켜 점령작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준장은 8일 "이라크 지휘부가 티크리트로 탈출할 가능성이 포착돼 이번주 말께 티크리트를 공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대 쿠르드 반정부 단체 중 하나인 쿠르드애국동맹(PUK) 기관지도 8일 "후세인은 두 아들을 데리고 이미 티크리트로 잠입했으며, 그곳을 거점으로 마지막 항전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후세인 주변엔 결사항전을 맹세한 병력 수천명이 잔존해 있으며, 이들의 최후 저항지는 당연히 티크리트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바그다드 북쪽 1백40㎞ 지점, 티그리스 강변에 있는 인구 26만명의 소도시 티크리트는 후세인 대통령의 출생지이며 그의 정치적 근거지다. 수니파인 후세인 대통령은 이곳 출신 수니파 추종자들을 요직에 앉혀 지지기반으로 삼았다. 시아파보다 소수이면서도 권력을 독점해온 이들은 후세인이 축출되면 자신들도 숙청될 게 뻔하다는 불안 때문에 끝까지 항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사막의 한촌이었던 티크리트는 후세인 집권 뒤 '이라크에서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곳의 학교.병원.도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며 주민들의 후세인에 대한 충성심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방이 산.사막.강으로 둘러싸여 천혜의 요새로 평가된다. 후세인은 이곳에 이라크에서 가장 큰 대통령궁을 짓고 정예병력을 주둔시키는 한편 바그다드보다도 깊고 정교한 지하벙커를 설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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