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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복의 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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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뇌옥(뇌옥)·전옥서·감옥·형무소. 이들은 모두 교도소의 옛 이름들이다.
우선「뇌옥」의 한자를 보면 사람이 있을만한 곳이 못된다.
짐승(우)이 있는 집이「뇌」다. 「옥」도 그렇다. 두 마리의 개(견)가 서로 마주 보며 짖고(언)있다.
다행히 그것은 천수백년전인 삼국시대의 명칭이었다.
이조시대엔「옥」자위에「전」자라는 모자가 하나 얹어졌다. 「전」은 법이라는 뜻도 있지만 도덕 또는 모범이라는 의미도 있다. 「개」를 좀 대접한 정도다.
1908년부터 쓰인「감옥」이란 명칭은 오히려 글자로만 풀어보면 그나마의「대접」도 후퇴한 느낌이다. 개가 다루는 것을 살펴보는 곳이라니 말이다.
형무소는 일제시대인 1923년부터 쓰인 명칭이다. 「애국충정」이 죄가 되던 시대이니 그 명칭이야 어쨌든 감옥소는 우리 민족의 한과 분이 맺힌곳 같아 듣기조차 싫다.
오늘의 교도소란 이름은 1962년부터 사용되었다. 「교」는 살(전 또는 뼈대)을 삐뚤어지지않게 바로 잡는다는 뜻이다. 「도」역시 인도한다는 뜻.
이것은 그럴만한 역사적 연유가 있다.
인도주의의 기본사상은 물론이고 1870년의 이른바「신시내티 행형원칙선언」에서 비롯되었다. 또한 1955년「유엔」이 채택한「피구금자 처우 최저기준원칙」도 바로「교도」나「교정」을 기본정신으로 삼고 있다.
한마디로 현대의 교도소는「응보형」에서「교육형」의 장소로 바뀌어가고 있다. 교도소는 죄의 원천인 더러운 마음을 깨끗이 씻는 성찰의 장소인 것이다.
따라서 교도소의 건축양식도 구금본위나 감시위주에서 벗어나 처우본위로 바뀌고 있다. 채광·환기·위생등을 고려한 건축양식이 도입된 것이다.
「스웨덴」의 어느교도소는 여름별장까지도 갖추어져 있는가 보다. 때로는 「자유교도」의 형식도 있어서 죄수는 말끔한 신사복차림으로 외출, 가저휴양도 한다.
하긴 교도소가 바깥세상보다 안락하면 위악자가 생기는「아이러니」도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죄수들에게 인간적인 품위를 지켜주면서 선행·선심 에의 동기를 북돋워 주는데에 있다. 자신의 환경이 저주스럽고 처절할 때 사람은 누구나 절망하게된다. 그런 상황은 오히려 증오심과 복수심만 조장할 뿐이다.
우리나라도 모범수에게는 수치감을 덜어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줄것이라고 한다. 평상복·삭발면제·재활의욕의 고취등. 이제야 겨우 교도의 면목을 조금이나마 갖추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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