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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바그다드 시가전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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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전 21일째인 9일(현지시간) 전선이 바그다드 시 중심.동.북부 등 시내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됐다.

미.영 연합군이 바그다드 내 이라크군을 전방위에서 압박하며 본격적인 바그다드 공략에 들어감에 따라 수세에 몰렸던 이라크군도 '맞불 작전'으로 치고 나왔기 때문이다.

바그다드 남동과 남서부 양쪽을 장악한 연합군은 이날 바그다드 북동부 외곽에도 해병대를 투입했으며 서부 사담공항을 장악한 병력의 일부를 도시 북부로 돌려 포위망을 강화했다. 또 이미 장악한 티그리스강 서안을 거점으로 삼아 동서 양 방향으로 점령 지역을 넓히고 있다.

연합군 측은 이날 "바그다드에서 포성이 멈출 날이 멀지 않았다"며 지상과 공중에서 공세의 수위를 크게 높였다.

티그리스강 동안에 포진한 이라크군은 강동(江東)지역 사수의 교두보인 줌후리야 다리를 저지선으로 반격을 하고 있지만 조직적인 전투를 하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저항선이 엷어지고 있다. CNN은 군사소식통을 인용, "이라크 탱크 8백여대 중 19대만 남았다"고 보도했다.

바그다드 장악 본격화=연합군의 바그다드 공략은 기존 남부 전선 외에 ▶시내→시외▶시 북부→시내▶시 동부→시내 등 세 갈래가 추가됐다. 지난 7일 티그리스강 서안의 대통령궁을 장악한 미 보병 3사단은 이곳을 거점으로 시 서부 외곽 사담공항에 진지를 확보한 본진 병력과 연합해 이라크군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9일 "미군이 바그다드 서안의 주요 간선 도로 주변을 기점으로 '야금야금'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복 공격으로 인한 시가전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교적 시야가 확보된 큰 도로를 중심으로 안전하게 점령지를 넓혀가겠다는 게 미군의 복안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 제1해병원정대의 일부 병력은 이날 새벽 바그다드 동부를 흐르는 디얄라강을 건너 서민 거주 지역인 사담시티 전방 수백m까지 접근했다. AFP통신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뤄진 교전으로 미군 여섯 명이 부상하는 등 양측이 격렬하게 공방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번 작전이 "티그리스강 동안에서 저항하고 있는 이라크군을 협공하기 위해 배후를 치는 작전"이라고 분석했다.

또 사담공항 주변에 포진하고 있는 미 3사단 일부 병력은 바그다드 북부 지역으로 돌아가 바그다드의 제3공항인 무테나 공항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 공항이 연합군 측에 넘어가면 바그다드 북서 지역으로 신속하게 보급과 병력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군사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티그리스 동안 저지선 사수"=특수공화국수비대를 중심으로 반격에 나선 이라크군은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티그리스강을 사이에 두고 미군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미군 에이브럼스 탱크 두대가 이날 오전 대통령궁에서 나와 줌후리야 다리 주변에 진지를 구축하자 이라크군은 강 동안에서 로켓포 등으로 공격했다.

이라크군은 또 티그리스 강 서안의 주요 교차로를 장악한 미군에 맞서 40여대의 트럭과 버스.소형 장갑차를 끌어모아 맞섰다. 이라크군 대변인은 이날 국영TV를 통해 바그다드 인근에서 미군의 지상공격기인 A-10기와 F-15 전투기를 한 대씩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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