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이야기들(2460)-재일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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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1월4일(일부지방5일)부터 어제까지 나는 본란을 통하여 내가 몸소 겪거나 또는 지켜본 민중운동의 역사를 내가 아는 한 진실하고 정직하게 소개하려고 애썼다. 무엇보다 먼저 이런 종류의 신명나지 않는 이야기를 인내를 가지고 읽어주신 독자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이 글을 쓰면서 항상 주의한 바는 정확한 사실 전달이었다. 민회사가 3O여 년에 걸친 것이고 등장 인물과 사건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터에 한 사람의 기억만으로 전체를 정리한다는 것은 과욕이요, 무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점 적지 않은 착오와 오류가 있었을 줄 안다. 또한 부당하게 빼놓고 지나간 사실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런 점을 바로잡고 보충할 기회를 마련중임을 밝혀드린다.
역사적 사실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날수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객관적이려 해도 결국 하나의 입장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었다. 몇몇 대목에서 제기된 이견은 바로 이런 시점에서 연유한 것임을 아울러 밝힌다.
나는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이 글을 썼다. 민단의 내막이 책자를 통해 알려진 바는 더러 있으나 국내 신문을 통해 전면적으로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수백만 독자를 상대한다는 것은 큰 기쁨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었다.
회가 거듭될 수록 나는 민단의 치부를 손수 드러내야 한다는데 고통을 느껴야 했다. 민단의 역사만큼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이 많은 그것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타국에서 이렇게 험난한 삶을 산 한국인들도 있음을 알려야겠기에 낮이 뜨거운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썼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남북분단이 우리 민촉에게 얼마나 엄청난 비극인가를 되새겨야했다. 민단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요, 그 수난은 좌익계 동포와의 투쟁에서 빚어진 것이 태반이다. 비통한 노릇이다.
민단측의 과오도 없지 않았으나 좌익세력은 끊임없이 민단을 괴롭히고 공격해왔다.
우리는 늘 당하는 입장이었다. 저들의 폭력은 지금도 자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저들이 믿었던 일본사회의 공산화와 당국의 적화통일은 시대착오적인 망상임이 밝혀진지 오래다.
이제 그 극성스러운 행동을 걷어치울 매가 왔다.
하루라도 빨리 괴는 물보다 진하다는 진리를 깨달아 화해의 대도에 나서주기 바라고 싶다.
나는 정부 요로의 후은을 입어 지난 71년부터 8년 동안 국회의원으로서 국정에 참여해왔다. 8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다. 이 기간동안 나의 일관된 관심은 민단을 향하고 있었다. 나는 타고난 민단인 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오늘의 민단은 활기에 차 있다. 밝은 미래를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음이 사실. 먼저 창단 이래 논의되어온 이념확립의 문제가 있다. 민단의 진정한 이념은 무엇인가. 아마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민단은 민족운동을 하는 모임인가, 행정보조 기구인가, 아니면 재일 동포의 자주적 대중단체인가. 또 민단은 본국정부와 표리일체를 이루어야 하는가, 시시비비의 자세를 견지해야하는가. 여기에 분명히 대답할 수 있는 확고한 이념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변화하는 여건에 대처하려면 민단의 지도노선에 대해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지금민단이 포섭하고 있는 동포는 2세,3세가 70%이상이다. 80년대에는 1세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2세,3세들의 일본 현지 적응 내지 동화현장은 가속화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민단지도노선의 변혁을 재촉하고 있다. 현재의 노후화 된 민단지도 충으로서는 적절한 대처가 어려울 듯이 보인다.
운영면에 지적돼야 할 점도 있다. 민단을 능률적으로 이끌어 나가려면 의욕적인 중핵세력이 불가결한데 오늘의 민단은 주인 없는 단체라는 감이 없지 않다.
인재부족도 심각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는 중견간부 「그룹」이다. 이들이 없으면 민단의 지도력은 관철될 수 없다. 효율적인 운영이 이루어지지 못할 경비 건설적인 논의와 중상·모략이 난무 할 것은 뻔하다. 민단은 시끄러운 단체라고 자탄하는 동포가 적지 않다. 시급히 시정돼야 하리라 본다.
글을 마치는 마당에 민단의 문제점을 열거하는 것은 얼핏 마땅치 않는 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제삼자가 이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민단의 과제는 나자신의 과제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끝>
다음은 윤제구씨의 「민주당시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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