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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답지 못한 '교육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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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24부디렉터(EYE)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경력으로 따지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나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모두 ‘스승의 스승’으로 불릴 만하다. 2~3년간 일선 학교 교사로 재직한 적이 있는 이들은 ‘선생님을 길러내는 학교’인 한국교원대(김 후보자), 서울교대(송 수석)에서 수십 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교육정책, 교원 양성 등을 다루는 유력 학회의 수장을 역임한 ‘원로’ 교육학자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인선 이후 연일 이어지는 논문 표절 의혹과 이에 대처하는 이들의 자세는 ‘스승의 처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지도했던 제자의 학위 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본인을 주저자(제1저자)에 올렸다. 연구에 가장 큰 기여가 있는 이가 주저자가 된다는 ‘룰’을 어긴 것이다.

 해명은 모두 ‘제자’였다. “제자에게 논문 발표 기회를 주기 위해”(김 후보자), “제자의 요청에 따라”(송 수석) 제1저자가 됐다는 식이다. ‘관행’을 이유로 한 동정론이 없는 건 아니다. “으레 교수가 제자를, 선배가 후배를 앞서는 그 시절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는 거다.

 하지만 의혹은 거듭되고 있다. 18일 한국교원대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1, 2012년 학교 연구소의 학술지에 논문 두 편을 게재했다. 학교는 김 후보자에 연구비로 편당 500만원을 줬다. 두 논문은 한두 해 전 김 후보자가 지도했던 제자들의 박사·석사 논문과 제목·내용 등이 유사하다. 제자 논문을 ‘재탕’해 연구비를 받은 셈이다. 송 수석도 1997년 대학 연구소의 학술지, 외부 학회 양쪽에 동일한 논문을 게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의혹으로 국민의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느 정치인과 다름없이 두 ‘스승’ 출신의 해명도 썩 시원치가 않다. 김 후보자는 아예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은 향후 진행될 인사청문회에서 한꺼번에 한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한다.

 교육부 장관과 교육문화수석은 교육정책의 컨트롤 타워다. 지금은 진보교육감들의 등장과 대학 구조개혁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교육계의 지각변동과 교육 주체 간의 갈등이 예상되는 시기다. 어느 때보다 이들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연일 이어지는 의혹에 끌려다니며 ‘관행’‘제자’ 뒤에 숨는 모습으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잘못을 덮고 반성을 회피하는 교사보다 솔직한 스승을 학생들이 한층 믿고 따른다는 사실은 교육자인 김 후보자와 송 수석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국민 앞에 나서 잘못은 인정하고, 오해는 풀고, 진솔하게 반성하는 ‘스승의 스승’다운 처신을 기대한다.

천인성 사회부문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