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폭발의 원인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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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텔레비전」 수강기의 폭발로 시청자 일가족 5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텔레비전」 폭발사고는 지난3월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모씨 집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달 28일 대전에서 있었던 것에 이어 벌써 세 번째를 기록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 또 어디서 무슨 변이 얼마나 계속해서 일어날지 불안을 금할 수 없다.
물론 이론상으로는 TV가 자체적 결합이 원인이 되어 폭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모르는바 아니다.
또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충격이나 화재로 과열되더라도 「브라운」관 내부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에 폭발하지 않고 오히려 수축현상을 일으켜 유리파편이 밖으로 튕기는 일이 없다고 하는 주장도 있을 수 있음은 부인치 않는다.
그렇지만 실제로 당장 우리 눈앞에서 TV폭발사고로 시청자가 목숨을 잃고 부상하는 사태가 거듭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이처럼 에누리없는 현실을 두고서 아무리 정교한 이론이나 설명으로 TV폭발의 가능성을 부인한다 해도 그것은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백가지 이론보다 실제로 나타나는 한가지 사실이 우리에게는 언제나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TV는 폭발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론만을 앞세워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장황한 변명만 일삼고 있을 것이 아니라 『TV가 폭발했다』는 현실을 토대로 철저한 원인분석과 사고방지 대책이 마련돼야겠다.
이제 우리 나라도 TV수상기 댓수가 12월말로 5백만대를 넘어 평균 1.5가구 당 1대 꼴로 광범하게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소득의 증가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의 보급률은 더욱 상승될 것이다.
수상기가 많아질수록 사고의 빈도는 정비례해서 잦아지고 그에 따른 희생자도 늘어날 것은 뻔하다.
그런데도 우리사회가 원인조차 알 수 없는 TV폭발사고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사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초래되는 희생을 막을 방도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TV뿐만 아니라 모든 문명의 이기는 비록 기술적으로 안전하게 제조된 경우라 해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와 방법의 여하에 따라 흉기로 돌변하는 사례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TV도 고압회로나「콘덴서」 등 내부구조물에 먼지가 쌓이거나 절연상태가 나빠질 때에는 「스파크」 현상을 일으켜 폭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다.
그렇다면 「메이커」측은 당연히 TV수상기내부의 먼지를 수시로 털어 내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도록 하는 등 시청자들을 계몽하는 성실성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이는 사고의 위험성으로부터 소비자를 안전하게 지켜 주고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의미에서 「메이커」측의 책임이기도 하다.
더 이상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TV폭발사고가 우물 주물 얼버무려질 수는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사고TV자체에 결합이 있었는지 아니면 그것을 이용하는 시청자의 사용방법이 불안전했는지를 철저히 가려내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고의 잠재적 원인을 제거하고 앞으로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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