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불안에 떤 주「이란」외국인들 한국 교민들도 3일 동안 교외에 피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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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테헤란=조동국 기자】「이란」소요 사태의 절정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지난 10, 11, 12일 3일 동안 한국인들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극도의 불안과 초조로 지새웠지만 다행히 평화적인 시위로 끝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외국인이 사는 집은 반정부주의자들이 공격 목표로 붉은 「페인트」를 칠해 놓았으나 공격당한 집은 없었다. 미국인 집은 물론 한국 대사관의 공보관·농무관·해외개발공사 「테헤란」 지사장 집에 붉은 표시가 돼 「이란」인들이 안 보일 때 휘발유로 지우느라고 진땀을 흘리는 촌극을 벌였다.
「이란」말로 방송된 지방 방송에서도 붉은「페인트」를 경고, 지워 버리라고 안내방송을 하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이들은 3일 동안 대사관 건물과「테헤란」교외의「가즈빈」시 한 주민 집에 가족과 함께 피난했다.
특히 공휴일을 겸했던 10일과 11일 이틀동안 외국인들은 거의가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한국인 4가구 17명이 피신했던 최남규씨(상사 주재원)집에서는 최씨의 장녀 승주(12)양이 「이란」어 방송을 통역하는 것을 지켜 들으며 3일간을 최씨 집에서 보냈다.
한국 교민들의 불안은 대사관 가족들의 갑작스런 철수로 더욱 고조되었다. 대사관 가족들이 철수하기 전날인 9일엔 대사관저와 해외개발공사 「테헤란」지사 등에 밤새 교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쳐 걸려 오기도 했다.
일부 교민들은 수많은 교민 가족을 남겨 두고 대사관 가족만 KAL 전세기로 갑자기 철수시킨 데 대해 정부의 조치가 「과잉 방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대사관 가족들 중에도 절반 이상은 철수를 반대하면서 비행기를 탔다.
대사관은 사전에 모든 해외 주재원·교민 가족들의 철수를 권유하기는 했으나 외교관 가족과는 달리 국내외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이들로서는 이 같은 권유가 당초부터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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