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피해진 당 요직의 개편|공화당의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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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공화당은 이번 선거로 두 가지 무거운 과제를 안고 앞으로의 6년을 출발한다.
하나는 대 국민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복잡해진 인적 구성의 당 운영이다.
의석 수나 투표율 어느 쪽을 보더라도 이번 선거는 공화당에 「쇼크」를 안겨다 주었다. 선거 막바지에 길전식 사무총장은 "열세 지구가 5개 정도이며 종반에 가면 1, 2개 정도만 회복이 어려울 것" 이라고 공연했으나 실제 낙선 폭은 더 넓었고 득표 율도 9대보다 훨씬 뒤진 것은 물론 신민당보다 낮은 「불신임」의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공화당은 대 국민 또는 대내적으로 자책하고 있다.
예상보다 선거 결과가 부진한 것은 "공화당이 아니라도 여당에는 유정회가 있다" 는 신민당 측의 호소가 주효한 것 같고 또 정부 시책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공감을 준 것 같다.
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주는 충격이 크고 그에 따른 인책 인사·체제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보아야 한다.
당 체제 개편에 뒤이을 공화당 노선이 어느 방향으로 잡혀질지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던 거물, 권력 핵심 주변의 요인, 다선 의원 등의 진출로 지금보다는 활기를 되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들의 다양한 정치력·경력·영향력이 복합적으로 교호 작용할 때 생기는 정치 진폭은 9대 국회 때보다는 훨씬 다양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선 경력으로 따져 봐도 ▲6선 구태회 박준규 현오봉 ▲5선 김종필 김용태 길전식 장경순 이병희 서상린 육인수 의원 등이 있고 ▲4선은 이효상 김임식 유승원 이종근 장영순 신형식 의원 등으로 수두룩하다.「공직 사퇴」후 당을 떠났던 김종필 전 총리를 비롯해「10·2 파동」을 계기로 정치 휴면을 했던 오치성 전 사무총장, 김창근 전 재무위원장 및 김택수 전 총무 등의 복귀, 민관식 남-북 조절위원장 대리, 박종규 전 경호실장 등의 등장은 인물 구도의 변화 폭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을 용해·조정하는 당내·원내「라인·업」이 그만큼 어렵고 또한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선거 결과에 대한 인책도 문제가 되겠으나 당의장·정책위의장·사무총장·원내총무·중앙위의장 등 5역은 6년 동안 재임해 왔고 국회의장·부의장 직도 인사 개편의 틀 속에 넣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정치권외에 나가 있던 사람들이 공천되고 유정회로 보내졌던 의원들이 복귀될 때부터「정치 구상」은 심심찮게 여러 각도로 타진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는 비교적 사소한 국내 정치 문제나 대야 쟁점까지도 일일이 대통령의 방향 제시를 기다리던 이제까지의 여당 정치「패턴」은 이젠 좀 달라질지 모른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바꾸어 말해 공화당 내의 비교적 자발적인 정치력이 허용될 것이란 얘기다.
다양한 비중과 「컬러」를 지닌 인물 집단이 된 점까지를 고려한다면 중구난방의 당 운영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사불란한 지도력이 요청되는 것은 쉽게 짐작된다.
이런 사정을 헤아려 볼 때 당의장을 역임한바 있는 김종필 전 총리, 정일권 국회의장, 이효상 의장 서리 등의 역할과 체제「라인·업」이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관심사다.
그러나 당의 정치력이나 활력 등의 가미는 결과적으로 인맥·파벌을 형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 한계 설정이 문제다.
재력을 갖춘 인물, 「인력」을 갖춘 비중 있는 인물이 자연스럽게 중간「보스」로 역할 하는 일은 10대 후반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특히 공천을 신청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최치환 전 국회 건설위원장 등도 적당한 시일이 지나면 입당할 가능성이 크며 입당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도 이들이 여당과 공동 보조를 맞추게 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의석이 9대보다 떨어지고 유정회에 미치지 못한다 해도 역시 원내 운영의 주도적 역할을 계속 공화당이 맡을 것이며 여-야 관계에 있어서는 오히려 9대 때보다 훨씬 폭넓은 위치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야 접촉의 창구나 접촉 폭도 다양화되고 넓어질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다.
이점은 행정부에 대한 입장에도 함께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한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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