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피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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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피아노」의 품귀현상은 독과점으로 묶여있는 삼익 악기의 「호루겔」과 영창악기의 영창「피아노」가 더욱 극심하다.
30여개의 국내 「피아노」제조회사 제품 중 삼익과 영창의 제품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구입이 그다지 심한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16일 「피아노」가격이 8·6%인상되어 「호루겔」이 43만 2천 7백원, 영창이 43만원에 묶여있지만 다른 「메이커」의 제품은 50만∼55만원 선에서 거래가 되고있다.
삼익의 경우 지금 계약을 한다해도 내년 5월에야 물건을 인도 받을 수가 있다.
전국적으로 1만 2천대가 밀려 있어 이를 순서대로 출고시킬 경우 최소한 6개월은 걸려야 한다는 것이다.
6개월 이상을 기다릴 수 없는 실수요자들은 할 수 없이 질이 떨어지는 군소 제조회사의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지 않을 수 없어 결국 이중의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내년 1월 1일부터는 「피아노」에 10∼20%의 특별소비세가 붙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장만해야 한다는 가수요까지 겹쳐 품귀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11월말 현재 국내 업체의 「피아노」생산 능력은 월 5천대. 이중 50%정도가 수출되고 나머지가 내수로 돌려진다.
동양 3위의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는 삼익도 3천대의 생산량 중 2천대만 내수로 돌리고 나머지 1천대는 수출한다.
수출가격이 평균 8백「달러」선으로 면세와 금융혜택을 감안하면 수출 쪽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계속 밀리는 수요 급증에 따라 시설을 확장하려해도 가격이 묶여 있어 채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피아노」제조 업체들은 확장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
따라서 품귀현상은 날로 더 극심해 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국산 「피아노」의 품귀는 외제 「피아노」에까지 파급되어 「쉼멜」 「볼드윈」 「킴볼」등 수입 「피아노」도 물건이 달리는 실정.
서독의 「쉼멜」을 직수입하고 있는 한독「피아노」사의 경우 수입 자유화 조치 이후 5차에 걸쳐 2백여 대의 「피아노」를 수입했지만 현재 재고는 하나도 없다는 얘기다.
「쉼멜」의 경우 평균 가격이 3백만∼3백 50만원이고 「그랜드·피아노」는 6백만원에서 7백 50만원까지 한다.
「볼드윈」·「킴볼」등 미제는 1백 20만원에서 1백 80만원 정도. 최근에는 「피아노」값이 금값과 같다는 생각에서 일부 부유층의 외제 「피아노」투기 현상까지 일어나 비싼 「피아노」일수록 수요가 느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피아노」업계는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생각한다면 가격 정책에 탄력성을 부여하여 시장경쟁의 원리에 입각한 제품의 질 향상과 가격 형성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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