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의 대화가 너무 없다-중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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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고교 학생들과 교사들 사이의 대화가 단절돼가고 있다. 학업과 진로문제, 가정과 남녀교제등에서 오는 개인적인 고민등을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사들과는 의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 연구조사결과 밝혀졌다.
한국행동과학연구소(소장 이성진)의 박성수박사「팀」이 전국 중·고생 2천1백70명, 학부모 9백87명, 교사 9백13명등 총 4천7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생생활지도 실태분석에 따르면 문제가 있을때 교사와 의논하는 학생은 5.2%(1백14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를 담임교사나 상담교사(카운슬러)에게 상담을 꺼리는 이유는 ▲교사가 학생들의 고민을 이해해주기에 앞서 책망하거나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며(20%) ▲고민을 이해하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설득하려 하고 (17%)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 유대가 적은데다 교사들이 사무적으로 상담에 응하기 때문(16%)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학생생활지도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상담교사가 크게 부족한데다 이들이 일반수업까지 함께 맡고있어 상담의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담교사가 1명뿐인 학교가 58.1%나 되며 더구나 학생 2천4백명이 넘는 학교로 1명의 상담교사밖에 없는 학교가 45%나 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중·고교(75.8%)에 구성되어 있는 학생생활지도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있다.
또 대부분의 상담교사가 주16∼26시간의 수업을 동시에 맡아 상담에 응할 시간과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상담교사의 자질도 문제.
전문적인 상담교사의 확보가 어렵게되자 방학동안 1개월정도 교육을 실시. 상담교사직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이밖에 『이해해줄 것같지 않아 남에게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는』 학생이 조사대상자의 40.9%나 됐으며 의논상대는 ▲친구(44.7%) ▲부모형제(42.6%)의 순서였다.
학생들의 고민은 ▲학업문제가 39.3%로 가장 많고 ▲가정문제 5%, 교우관계 4%, 남녀교제등이었다.
박박사「팀」은 교사와 학생들간의 대화가 단절된 것은 인간교육보다는 지식주입에 치중하는 현행 중·고교육의 맹점 때문이라고 지적, 학생들의 상담을 기다리는 생활지도에서 적극적으로 학생들속으로 파고드는 지도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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