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환수술할 피도 모자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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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피가 부족합니다. 헌혈로 위급한 생명을 구합시다.』 보름째 계속되는 혈액파동속에 보사부·대한혈액관리협회를 비롯, 각종합병원들은 헌혈계몽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내종합병원마다 『×형의 피가 부족하니 환자가족이나 친지·방문객들은 헌혈해 주십시오』라는 호소문을 곳곳에 붙여 헌혈을 권유하는 한편 의사·간호원들도 스스로 팔을 걷어붙이고 헌혈에 앞장서는등 헌혈비상작전에 나서고있다.
혈액이 이처럼 많이 달리는 원인은 혈액부정사건이후 헌혈자가 갑자기 줄었기 때문이다.
보사부는 혈액부족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보험조합 중심으로 각직장·단체별로 헌혈계몽을 강화하는 한편 ▲대한혈액관리협회에 헌혈전담 계몽요원을 확보토록 하고(우선 서울에 10명) ▲각혈액원소속 계몽요원에 대해 11월부터 월2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교육을 강화하며 ▲월2회이상 각병원혈액원을 점검, 혈액소요량의 50%이상을 확보토록 했다.
보사부는 지난번 혈액부정사건은 일부 악덕사설혈액원이 헌혈적립금을 떼먹는등 부정을 저질러 빚어진 것일뿐 대부분의 국·공·사립종합병원 혈액원은 헌혈관리를 엄격히 해왔다고 밝히고 헌혈자들이 안심하고 헌혈해 줄것을 바라고있다.
혈액부족이 가장 심한 서울의 하루 혈액수요량은 1천3백명.
종전에는 하루평균 5백병이 헌혈됐으나 혈액 부정사건이후 갑자기 줄어들어 10월말에는 하루 2백병까지 줄었다가 11월들어 다시 늘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필요한만큼 혈액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의 혈액수요량은 올한햇동안 35만병으로 추산되나 헌혈·매혈로 공급할수 있는 양은 30만병으로 14.3%인 5만병이 부족하다.
이처럼 혈액이 부족한 것은 ▲피가 조금만 빠져도 위험하다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헌혈기피사상과 ▲전국의 헌혈차량이 26대밖에 없어 많이 부족하며 경기·강원·충북·제주등은 헌혈차량이 전혀 없고(일본 5백93대) ▲혈액보존기간(21일간)을 늘릴수 있는 특수 냉동기 부족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혈액부족사태로 서울위생병원(서울동대문구휘경동)에 자궁외임신수술을 받기 위해 1일 입원한 김순영씨(29)는 A형혈액 2병이 부족, 수술을 못해 위급한 사태를 당했으나 대한혈액관리협회에 연락, 「세브란스」병원에서 피를 구해 가까스로 고비를 넘겼다.
지난달 23일 경찰병원(서울성동구행당동)에 장암으로 입원한 신현영씨(59·여)는 31일 수술을 하기로 했으나 O형피 5병을 2일까지 구하지 못해 가족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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