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인생을 별시하는 건 잘못 일부 평론가들의 문단 오도도 문제|정을병씨, 사실주의 논쟁의 양측을 비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동리씨와 일부 문학 평론가들 사이에 벌어진 이른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논쟁에 대해 작가 정을병씨는 최근 양쪽을 모두 비판하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27일 정경 연구소의 정경특강에서 『문학논쟁과 「이데올로기」』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정씨는 김동리씨의 문제제기를 ①최근의 문학은 공리성·사회성이 지나쳐서 마치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냄새가 난다 ②모 계간지와 이룰 둘러싸고 있는 비평가들이 문학을 오도하고 있다는 두 가지로 요약하고 ②는 옳다고 할 수 있지만 ①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공언.
정씨는 『김씨나 그 사상의 동조자들, 그리고 그 연배나 그 이상의 연배에 있는 문단선배들의 행동과 문학은 심한 자기 모순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그들은 문학과 인생이 전혀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이 조금도 이상하거나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 언제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그런 가변성을 믿을 수 없으며 그것이 또한 비 지식인 적이고 비문학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평론가들에 대해서 정씨는 『그들이 그런 자기 모순에 빠져있지 않은 솔직성과 도덕성은 지니고 있으나 김씨 주장대로 문학을 오도하려는 잘못은 저지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 정씨에 따르면 그들은 현재 신인들에게는 <무서운 존재>로 등장하고 있으며 일부 신인들은 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앞으로는 문단 생활자체도 힘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것.
또 그들 평론가 자신들도 자기네들이 문단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으며 문학 「저널리즘」 까지를 완전히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모 계간지가 문학이전의 학벌주의자들이 모여서 편견과 독단과 오만을 가지고 문학을 오도하려고 하는 것은 마땅히 지양돼야 한다』는 정씨의 주장은 사회주의적 「리얼리즘」 논쟁에 이은 문단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