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 더 재밌게 보는 법] '티키타카' 는 없다 … 짬뽕전술이 대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축구대표팀이 12일 오전(한국시간)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이구아수에 도착해 현지 적응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졌지만 홍명보 감독은 “마이애미에 가나전 패배 분위기를 두고 왔다”고 말했다. 훈련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홍 감독. [이구아수=뉴스1]
라이너 홀츠슈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시작됐다. 13일 오전 5시(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린 브라질-크로아티아전부터 다음 달 14일 리우에서 열리는 결승까지 한 달간 12개 도시를 돌며 64경기를 치른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의 라이너 홀츠슈(70)가 중앙일보에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를 보내왔다.

 ◆우승 후보=이번처럼 우승 후보가 많았던 월드컵이 또 있었을까. 홈에서 통산 여섯 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브라질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다. 브라질은 1950년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에 우승컵을 내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유로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유로2012를 연거푸 제패한 스페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우승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 있다는 건 매우 든든한 일이다.

 이탈리아·네덜란드도 언제든 우승을 넘볼 수 있다.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2006 독일 월드컵 우승)와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는 세대교체에 성공하며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독일도 빼놓을 수 없다. 2010년 첫 월드컵을 경험한 토마스 뮐러(25), 메수트 외질(26), 토니 크로스(24) 등은 이제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아르헨티나도 무시할 수 없다. 아프리카의 ‘강호’ 카메룬, 재능 있는 선수들이 즐비한 벨기에는 이변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다.

 ◆전술 트렌드=4년 전에는 스페인이 최강이었다.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이는 ‘티키타카 축구’로 세계를 제패했다. 탁구공을 주고받듯 패스가 빠르다고 해서 생긴 조어다. 명장 과르디올라가 만든 이 전술은 지난 몇 년간 세상을 호령했지만 이젠 수명이 다했다. 티키타카는 너무 흔한 전술이 됐고, 그걸 깰 비책이 속속 등장했다.

 이번 월드컵에선 다양한 전술을 상황에 맞게 쓰는 팀이 유리할 것이다. 2013~20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축구를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두 팀은 티키타카를 구사하지 않고도 유럽 정상을 다퉜다. 레알 마드리드는 강한 압박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을 앞세운 빠른 역습으로 뮌헨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골 결정력이 뛰어난 디에고 코스타를 전방에 배치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순식간에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8강에서 ‘원조 티키타카’ 바르셀로나를 눌렀다. 두 팀은 상황에 따라 티키타카를 구사하기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4-2-3-1이나4-1-4-1 같은 포메이션은 의미가 없다. 가짜 9번 같은 이름만 그럴듯한 전술도 마찬가지다. 포메이션과 전술을 90분 동안 쉴 새 없이 바꾸는 팀이 승리자가 될 것이다.

 ◆스타 탄생=‘축구 황제’ 펠레(74·브라질), ‘그라운드의 지휘자’ 지네딘 지단(42·프랑스), ‘축구의 신’ 디에고 마라도나(54·아르헨티나)…. 큰 무대는 큰 스타를 만들어낸다. 리오넬 메시(27·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포르투갈), 네이마르(22·브라질)는 축구 전설의 계보를 이을 후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루카 모드리치(28·크로아티아), 아르연 로번(30)·로빈 판페르시(31·이상 네덜란드), 에덴 아자르(23·벨기에), 웨인 루니(29·잉글랜드), 루이스 수아레스(27·우루과이) 등 다크호스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팀 운명=한국은 대회 직전 열린 두 번의 평가전에서 모두 패했다. 뼈아픈 일이지만 잊어야 한다. 특히 지난 10일 가나전 0-4 패배는 기억에서 지워라. 월드컵 직전까지 시즌을 소화한 선수들은 대부분 피로가 누적돼 있다. 컨디션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한국이 속한 H조의 4팀 모두 우승은커녕 결승 진출 경험도 없다. 최근의 성적만 보면 2002년 4강에 오른 한국이 돋보인다. 하지만 상대국의 기량이 만만치 않다. 벨기에는 사상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깨비팀’ 러시아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췄다. 알제리가 쉬워 보이지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한국이 일단 16강을 통과한다면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4강이라고 해서 못할 게 뭐 있겠나.

 ◆대회 성공할까=브라질에서는 시위와 파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회를 탈 없이 마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해답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있다. 남아공 대회는 경기장 완공이 늦어지고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인프라 부족이라는 약점을 아프리카 특유의 친화력으로 만회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다. 브라질도 사정이 비슷하다. 치안도 불안하다. 브라질에서도 믿을 건 남미 특유의 열정뿐이다. 대회가 성공하려면 브라질 대표팀의 삼바 댄스가 멈춰선 안 된다.

정리=피주영 기자

◆라이너 홀츠슈=독일의 대표적인 축구 저널리스트. 1971년부터 축구 전문지 키커(Kicker)에서 분데스리가·월드컵·유럽선수권 등을 취재했다. 88년부터 2009년까지 키커 편집인으로 재직했다.

◆티키타카(Tiki-Taka)=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듯 패스를 주고받는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축구에서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으며 공 점유율을 높이는 경기 스타일을 뜻한다. 스페인 대표팀과 스페인 클럽팀 바르셀로나가 이 전술을 잘 활용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