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각 털어버린 웅대한 미래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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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3공화국이 출범한지 이제 18년, 우리나라는 이 기간에 여러 영역에 걸쳐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는 자립 경제의 달성을 목전에 둔 경제개발과 평화통일의 기반이 되는 자주국방 태세의 확립을 꼽아야 할 것이다.
경제의 빈곤과 국방력의 취약으로 나라를 잃은 통한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 있어서는 미국에 부럽지 않는, 부국강병의 실력을 기른다는 것이 수백년래의 민족의 비원이 되어 왔다.
따라서 부국강병의 실현 및 문화국가의 성취는 곧 「민족중흥」의 달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박대통령의 신저 『민족중흥의 길』 은 바로 이시대를 주름잡아, 부국강병의 실마리를 이룩하고 문화국가를 건설하려는 지도이념과 80년대를 내다보는 경국의 포부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전5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요점을 적기하면, 제1장 「우리 것에서의 출발」은 중흥의 대업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자주정신이므로, 우리 국민은 맹목적으로 외국을 모방하는 습성을 버리고 민족이 개발한 문화 전통의 강점을 오늘에 되찾는 노력으로 자주독립의 국기를 다져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제2장 「10월 유신과 정치발전」에서는 해방이후, 우리나라가 서구의 정치제도를 분별없이 도입한 결과로 빚어진 정치 혼란을 지양하고 북괴의 적화기도를 분쇄하여 국민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해 유신제도를 채택하였음을 명시하고 있다.
제3장 「새마을운동과 국가건설」에서는 새마을운동은 농촌에 의욕과 자신을 고취함으로써 농촌 부흥에 크게 기여했으며, 근면·자조·협동의 생활규범은 마땅히 도시까지에도 확대되어, 범국민적 정신혁신 운동으로 승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역설돼 있다.
제4장 「고도산업사회에의 도전」 에서는 앞으로 성장과 안정의 조화로 고도산업사회를 이룩하는 동시에 정직·근면·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도의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신념이 피력되어 있다.
제5장 「민족의 세계사적 전개」 에 있어선 우리나라는 우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나아가서는 평화통일 3대 기본 원칙에 입각하여 통일 과업을 완수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세계 문화발전에 능동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염원이 천명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이 책의 내용은 대통령의 평소의 말씀과 같이, 꾸밈없는 표현 속에 소리없는 웅변으로 「민족중흥」 의 표제에 어울리는 웅대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이 미래상과 우리 주변의 현실을 비교할 때, 민족중흥의 앞날은 아직도 멀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도문화의 달성이라는 원대한 이상은 물론, 경제문제를 포함한 가시적인 영역에 있어서도 아직 미해결의 문제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이다.
민족중흥의 장래는 지난날에 못지 않게 험난할 것이다. 국제정세의 파고는 예측하기 어렵고 국내 경제사회의 여건도 간단없이 변화하여 새로운 발전 요인이 나타나는가 하면 예기치않은 장애 요인도 끊임없이 대두될 것이다.
새로운 발전 요인을 개발하고 장애 요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각을 탈피한 새로운 대책이 구상돼야 한다.
이상이 고매하면 할수록 그 이상을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은 시의에 맞아야 하고, 새로운 기회를 적시에 포착하고 낡은 방법을 서슴없이 버리는 슬기와 탄력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민주국가의 국민은 친여·친야를 막론하고 정부의 시책방향과 업적에 대해 편견없는 공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건설적인 자세를 가진다는 것이 나라를 잘 되게 하는 기본적 요건이 된다.
이 역사적인 시점에 처하여 모든 인사들이 노소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이 저술을 읽고 각자의 역할에 관하여 성찰할 기회를 가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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