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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돈 관리 증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줏가는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린다. 줏가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자금력이 풍부해서 대량으로 팔고 사고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가리켜 거액투자가라는 뜻으로「큰손」 이라고 부른다. 큰손이 닿으면 주가는 주춤한다. 거기에 총대를 메는 「잔챙이」 투자가까지 몰려들어 그들의 계산 이상으로 주가가 오른다. 그런 때가 위험한 그 빗길이다.
딴 얘기로 빠지는 듯 하지만 범죄자가 차마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것은 사람을 죽이기가 양심상 어려워서라기 보다 사람을 주이고 난 다음 그 시체를 치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큰손이 그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면 어느 종목의 주가를 올리는 것 좀 별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도 사들인 주를 끝까지 소유하고 있는 게 목적일리는 없고 언젠가는 팔아치워 빠져나가야 한다. 마구사들인 그 엄청난 양의 주를 막상 처분하려들면 어디 그게 쉬운 것인가.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잘못하면 산값보다도 못하게돼 도리어 물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주가를 올리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주가룰 올리면서 대량 매입한 주를 치우기가 어려워 큰손도 함부로 장난못하고 몸을 사리게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갖고있는 큰손의 저력을 우습게 보았다가는 우습게 당한다는 걸 명심해야한다. 자금력만 아니고 정보입수력·판단력·행동력 그리고 위험부담력 등에서 대중투자가가 그들을 따를 수 없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바둑 같으면 상수와의 대국은 미리 몇 점을 놓음으로써 실력차를 조정하는데 주식시장에서는 거액투자가 같은 고단자가 아래수인 대중투자가 보다 오히려 유리한 입장에서 맞선다. 증권회사에 가봐도 큰손에게는 정보 「서비스」 등이 정성스럽지만 대중투자가 가운데서 잔챙이 일수록 푸대접이니 몇 점 손해보며 싸우는 셈이다.
단적으로 주식시장을 말하면 여러 면으로 유리한 고지에 선 「한줌의 기민한 투기가나 투자가」와 그렇지 못한 「지극히 많은 대중투기가나 대중투자가」의 두 계층으로 형성돼 있다.
대중투자가가 충동할 때는 이미 한줌의 큰손이 손대고 난, 기껏 잘해야 2「라운드」 아니면 3 「라운드」정도 진행 뒤인 게 고작이다. <이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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