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기계화 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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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글날을 보내면서 새삼 국민의·관심을 환기해야 할 것은 한글 「타이프라이터」와 「컴퓨터」 에 의한 한글표기 체계의 정립등 일용 한글의 기계화 표기 문제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오늘날 선진 문명으로 추앙, 받고 있는 서구 문명이 「타자기」 라는 기계에 의해 더욱 가속되었듯이 우리 문자도 이러한 산업사회의 발전 속도와 보조를 같이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글 기계화의 문제는 이제 가장 중점적인 국가적 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첫째로 우리는 좋은 책을 싼값에 만들어 내고, 복잡한 업무서류를 간소화하고, 사무능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데 있어 무엇보다도 한글의 기계화가 그 대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인쇄술을 보자. 현대적인 인쇄술이 우리나라에 전래된지 1백년 가까이 되었으나 인쇄기술과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다를 바 없는 낙후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회와 문화의 변천과 함께 인쇄의 양도 엄청나게 불어났건만 그 공정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3백면짜리 책을 조판하려면 4·4명이 하루 10시간씩 10일간 꼬박 작업을 해야 한다는 총계가 있을 정도다.
이렇게 사람이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일일이 활자를 뽑고 심는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한 우리의 인쇄 문화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글자를 빨리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기계, 이를테면 타자기·전자식자기·사진식자기·「텔리타이프」·「모노타이프」·「라이너·타이프」 등을 우리 글자에 맞게 고안, 기계학 하는 문제가 얼마나 시급한가를 알 수 있다.
한국과학원· 한국과학기술연구소· 한국과학기술정보 「센터」의 연구진이나 기타 일반인 중에서도 이러한 기계의 고안과 모아쓰기·예쁜 글자모양 고안등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우리에게도 한글 기계화의 가능성이 충분함을 비춰주고 있다. 이러한 기계나 방식들이 제대로 보급되고 이용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는 물론 기계처리의 동일성을 갖추도록 해야 하리라 본다.
우리는 한글타자기의 표준글자만 채택에서 많은 잡음이 있었고 이 논쟁은 지금도 계속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네벌씩 표준자판은 제정 당시 정밀기계·전자통신·인간공학등 관련 전문가가 심의, 채택되었다고 하나 그후 그것에 결함이 발견되었다면 이에 대한 조속한 재검토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모조록 한글기계화 사업을 성취시키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도 조직적인 연구와 이를 위한 당국의 배려가 따라야 할 것이다. 한글의 기계화 문제에 대한 거국적인 기구의 설치를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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