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무방비에의 경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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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7일 하오 충남 홍성을 비롯한 충청·서해안 일대에 진도5의 강진이 발생, 수명의 부상자와 3천여동의 건물이 부서지거나 금이 갔으며, 이밖에 가구·문화재등이 상당수 파손됐다고 한다.
불과 10수초 사이에 재산 피해만도 5억여원에 달한다고 하니 지진의 가공할 위력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우리는 이웃 일본이나 중공을 비롯, 세계 도처에서 엄청난 피해를 남기고 있는 지진을 수없이 들어왔으며, 그럴 때마다 한반도는 지진의 재앙에서 제외된 하나의 예외적인 「안전지대」인 것처럼 믿어 왔었다.
그러나 과거의 기록에 의하면 지난 2천년동안 한국에도 약 2천 건의 지진이 있었으며, 지진계가 설치된 1905년 이후만도 4백10여회가 기록되고 있다. 연평균 6회끝이며 이중 진도3이상만도 54회나 되고 있어 실상 지진이 없는 나라는 아니었다. 다만 다른 나라에 비해 횟수나 크기가 작고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지진의 위험을 실감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지진은 지진에 대해 무방비 상태였던 일반 국민이나 당국에 큰 경종을 울려 준 지진의「선전포고」였다.
이번 지진의 조속한 피해 복구가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당국은 과거의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응전」준비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무엇보다도 급한 것은 관측망을 확보하는 일이다. 해방전에 만해도 전국5개 도시에 있던 관측소가 지금은 서울·광주 두곳 뿐이고, 그나마 설치가 잘못된데다 고강이 잦아 거의 무용지물인 형편이라고 한다.
적어도 지진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서해안과 남부지방에는 지진관측소를 설치, 정확한 지진활동을 기록해야 할 것이다.
지진기록은 파괴적인 현상으로서의 지진 연구는 물론, 지구과학 연구와 자원탐사의 중요한 자료로도 이용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각종 건설공사에. 내진 설계가 강화되고 아울러 피해보상과 복구에 대한 제도적인 마련이 있어야겠다.
원자력발전소야 당연히 내진공법이 사용되었으리라 믿지만, 그밖의 많은 고층건물· 「터널」· 제방· 교량· 「댐」등에도 내진 설계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건축법이나 그 시행령에는 하중이나 풍압·토압·설압등에 대한 기준은 있으나 내진 기준은 없는 것 같아 이의 보완등 적절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지진대피에 대한 계몽이다. 지진에는 건물도괴와 화재사고가 따르기 마련이며. 해일과 산사태가 수반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비하고 대피해야 하는지 평소에 계몽이나 훈련을 통해 익혀 놓도록 해야 만약의 사태에서도 큰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지진 발생시의 가장 중요한 조치로써 가정용 「가스」 전의 패쇄와 미리 설정된 안전지대에의 대피등이 중점 훈련의 대상이 되어 이미 상당한 실효를 거두고 있다.
네째는 지진 연구의 강화다. 관측 기록은 물론 고감도 계측기를 이용한 지표면과 해수면, 또는 지진파와 지자기 변화의. 계속적인 측정과 지진 활동사를 조사함으로써 지진예보 연구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본은 1879년에 일본 지진학회가 조직되었으며 1924년에는 대학에 지진학과가, 25년에는 동경대에 지진 연구소가 설립되었고. 기상청에도 지진전담과와 전담 연구실이 있으며 관측소만도 1백곳이 넘는 다고 한다.
우리도 하루빨리 지진에 대비한 관측과 연구를 위한 여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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