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전화 '대포폰'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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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최근 KT 직원들은 휴대전화로 건 국제전화 연체요금을 받기 위해 가입자로 돼 있는 李모씨를 찾아갔으나 허탕만 쳤다. 휴대전화 가입계약서의 주소(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2월 한달 동안 베트남으로 1천만원이 넘는 국제전화를 건 것으로 나타났지만 결국 베트남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이른바 '대포폰'(타인 명의를 사칭한 휴대전화)을 이용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추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 국제전화업체들이 대포폰을 이용한 국제전화 연체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련 업계가 최근 추산한 연간 연체료는 2백억원.

이 중 90% 이상이 동남아.동유럽 등지로 건 것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요 연체자로 추정된다. 거주지가 불분명한 이들이 노숙자 명의나 위조 신분증으로 가입된 대포폰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에는 제3자가 개입해 국제전화를 연결해주는 신종 수법도 등장했다. D주식회사라는 법인 명의로 개설된 한 휴대전화는 지난 1~2월 총 2천만원이나 연체됐다. 하지만 법인 주소지에는 회사가 없고 사업주도 행방불명된 상태였다.

통화기록을 조사한 결과 휴대전화 소유자는 '제3자 통화방식'서비스에 가입한 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신에게 걸어온 전화를 사우디아라비아.방글라데시.스리랑카.에티오피아 등으로 연결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새롬기술은 대포폰이 성행하자 지난해 10월 말 휴대전화의 베트남 서비스를 아예 중지해버렸다. 성주형 국제전화팀장은 "외국으로 건 국제전화의 경우 연체 여부와 상관없이 해당국가 전화업체에 회선사용료를 줘야 하기 때문에 결국 외화가 새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포폰이란=노숙자.신용불량자 등의 명의로 가입한 뒤 불법으로 판매하는 휴대전화를 말한다. 합법적인 절차로 이동전화 가입이 힘든 외국인 노동자나 범죄자들이 주로 이용한다.

부도난 기업의 채권자들이 법인 차량을 가져가 다른 사람에게 임의로 팔아넘긴 '대포차'에서 유래했다. 대포는 거짓말을 빗댄 말(곁말)이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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