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병 예방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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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금까지 등한시되어 온 성인병의 치료 및 예방사업이 우리나라에서도 전개될 것이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보사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인병 전담반을 설치, 고혈압·동맥경화증· 협심증·암·당뇨병 등에 대한 본격적인 치료 및 예방사업에 착수한다. 그 내용은 우선 내년 예산에 2천2백만 원을 책정, 한국보건개발연구원을 비롯해서 각 대학의 보건관계연구소와 성인병연구소, 예방의학 및 내과전공학자들에게 용역을 주어 전국의 성인병나환실태, 치료법연구, 성인병분류, 성인병예방을 위한 계몽활동 전개 등으로 되어있다.
이 같은 보사부의 방침은 그 동안 크게 달라진 우리나라의 질병발생「패턴」으로 보아 때늦은 감이 있다.
손의석 박사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고혈압의 경우만 보더라도 60년대 후반기에 4.4∼9% (평균6.5%)였던 발생빈도가 70년대 전반기에는 13.7∼l8.4%(평균 15.2%)로 무려 2배 이상 급격히 증가했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치명적인 사인으로 꼽히는 뇌졸증(중풍)은 64년의 9.7%에서 70∼73년의 33.4%로 급증한 것으로 이 논문은 밝히고 있다.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암이나 당뇨병의 경우도 급증추세라는 의료계의 경고가 나온 지 이미 오래됐다.
질병발생의 구미화 내지는 선진화라고나 할까. 이들 질병은 한결같이 생활수준의 향상과 비례해서 늘어난다. 그래서 현대병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그토록 전지전능한 듯 싶은 현대의학마저 고혈압을 비롯한 이들 현대병의 발생원인·병리·치료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다 이들 질병이 인생의 절정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중년기 이후의 성인들을 주로 공격하기 때문에 선진각국은 이「현대의학의 과제」를 의료계에만 떠맡기질 않고 범국가적인 사업으로 삼고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록 늦긴 했지만 보사부가 성인병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구상한 것은 퍽 고무적이다.
그러나 기껏 2천2백만 원이라는 예산에 비추어 볼 때 보사부의 계획과 의욕이 너무 지나치지 않나 싶다. 그 예산으로는 전국의 성인병 나환실태를 통계적으로 조사하기조차 어렵겠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년 한해동안 성인병예방을 위한 계몽활동만을 집중적으로 벌인다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왜 성인병이 심각한가, 어떻게 하면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나, 성인병에 걸리는 경우 무슨 치료를 어떻게 받아야하는지 등 일반국민의 성인병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캠페인」을 먼저 전개해야겠다.
그래서 사회적인 대책이 강구되도록 선도하는 것이 시급하고 긴요하다.
먼저 국민들 사이에 성인병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질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예컨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선진 여러 나라에서 크게 실효를 거두고 있는 심장협회 같은 수준의 민간보건단체의 활동을 적극 지원, 육성하는 일이다.
성인병의 예방과 퇴치에는 의료계나 정부의 주도보다는 민간단체주도의 계몽활동이 보다 효과적인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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