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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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토끼·사슴·여우·당나귀·말·개·고양이·쥐·닭·비둘기·두더쥐·박쥐·오리·잉어·도마뱀.
이들은 모두 지진을 탐지하는 능력을 가진 짐승들이다. 중공 과학원 생물연구소 지진반은 70년 이 짐승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지진을 예지하자는 「캠페인」을 벌였었다.
우리 고사를 보면 지진은 지구를 떠메고 있는 장사가 힘이 들어 어깨를 갈아 멜 때 일어난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한낱 설화이고, 요즘은 「판 구조설」이 유력한 학설로 등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지구는 6·7개의 커다란 판으로 이루어져 이들이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밀려나기도 하고, 부딪치기도 하며, 때로는 모서리가 서로 겹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움직이는 정도가 1년에 1cm내지 10cm나 된다.
한반도는 다행히도 「판」의 언저리를 벗어나 지진도 많지 않다고 한다.
옛 기록엔 9세기와 17세기에 특히 지진이 많았던 것 같다. 신라시대엔 천지가 흔들리는 것 같은 큰 지진이 있었다고도 한다. 신라 29건, 고구려 11건, 백제 9건, 고려 25건, 이조 42건.
삼국사기·고려사·이조실록 등에 이런 기록이 남아있다.
최근엔 평균기록을 보면 한반도의 지진은 연 1회 정도다.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의 여파가 미친 경우도 적지 않아 연평균 3회. 대부분이 경미한 지진들이었다.
문제는 그 회수가 아니라 강도다. 지진의 강도로는 7단계가 있다. 「무감」(노·필링)에서 격진(베리·디재트러스)까지.
16일 새벽 우리 나라의 전역을 흔든 지진은 「진도 3」이었다고 한다. 약진(위크).
우리 나라에 지진계가 설치된 1930년 이후 「진도 3」을 넘은 예는 없었다. 1930년대엔 연 15회의 지진이 일어난 기록은 있었지만 경진으로 그치고 말았다.
1934년 9월 4일 지리산의 지진은 그보다 조금 강했던 것 같다.
일설에는 주기설도 있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지진은 큰 굴곡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1923년의 일본 관동 대지진 이후 1976년의 중국 당산 대지진이 있기까지 약 50여 년. 하긴 60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이른바 「환태평양」지역에선 큰 지진들이 많았었다.
지금까지 강도에 있어서 최고의 기록은 「8·5」로 나타나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의 40만개 분이다.
지진은 인류전역의 공포를 줄 수도 있다. 우리 나라의 지진대는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분기점, 경북과 충북의 도경. 금강의 중·하류, 인천을 중심으로 한 서해중부해상, 압록강 상류 등.
그러나 지질학자들은 지진에 관한 한 우리 나라는 복 받을 땅이라고 말한다. 다만 요즘은 사상누각의 「아파트」군들이 많아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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