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TV국에-「인재」뺏겨|영 BBC 흔들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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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후 영국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보」 중의 하나가 BBC방송이었다. 그런데 이 「국보」가 최근 경쟁사인 ITV의 공격 앞에 큰 위기를 맞고있다. 지난 한달 동안 「프러듀서」 「탤런트」로부터 「카메라맨」에 이르기까지 BBC의 우수한 제작진 10여명이 무더기로 ITV에 「스카우트」되어 갔다. ITV측에서는 『지금도 우리 쪽에 오겠다는 희망자가 BBC안에 많다』고 으름장을 놓고있고 BBC쪽에서는 다음 공격이 언제 다시 시작될까 전전긍긍해 있다.
BBC는 시청료를 받고 광고 없이 운영되고 있고, ITV의 산하 방송국들은 광고료로 운영되고 있다. 5, 6년 전까지만 해도 시청료만으로 ITV의 광고수입을 크게 앞질러 BBC에 우수한 인재가 몰려들었었다. 그래서 BBC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영방송국으로 권위를 키워왔다.
그러나 최근 상업방송의 광고수입이 급증 한데다가 부수 사업들이 번창해서 BBC의 시청료만으로는 경쟁이 안되게 된 것이다. ITV산하 방송들은 현재 출판·「사파리」동물원에서부터 심지어 「빙고」장·자동차「서비스·스테이션」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BBC는 연간 2억 2천 7백만「파운드」(약 2천억원)의 시청료로 자금이 고정되어 있다. 그래서 시간당 「프로」 제작비는 지난 10년 동안 약 4백 40만원(4천 9백「파운드」)에서 3백 60만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래서 『권위 있는』 BBC가 값싼 미제 폭력물을 지나치게 방영한다는 비난까지 받게되었고 실상가상으로 우수제작진까지 상업방송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BBC는 시청료를 인상해서 이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있지만 선거의 해를 맞아 정부가 이 요청을 선선히 들어줄지 의문이다.
거기다가 최근 정부는 방송에 관한 백서를 발표, OBA라는 새로운 TV방송국을 세울 계획을 내놓고 있어 BBC는 안팎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런던=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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