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 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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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인삼은 아직도 신비의 「베일」속에 묻혀 있다. 요즘은 「효험의 신비」 보다는 「성분의 신비」가 더 궁금하다.
모든 것을 실용주의의 척도로만 평가하려는 현대인이 그 인삼의 신비만은 왜 아직도 풀어내지 못하는지 알 수 없다.
서양에도 영약이라는 말은 있다. 「도니젯티」의 가극 중에 나오는 「엘리지르·다·모르」 (사랑의 묘약)라는 노래는 그들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엘리지르」라는 말은 「철인의 돌 (석)」이라는 뜻이다. 바로 서양인의 감각은 그 점에서 동양인과는 다르다. 「풀뿌리」가 아닌 「돌가루」를 영약으로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는 어딘지 메마르고 삭막해 보인다.
그러나 인삼의 성분 분석을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이 서양인이란 것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동양인의 한계라고나 할지. 아무튼 1856년 「개리크스」라는 미국인이 미국 인삼에서 「파나퀼론」이라는 「사포닌」을 분리했었다. 그후로는 일본 학자들의 연구 결과가 때때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형편이 아주 달라졌다. 노화 방지·항암 등에 의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삼에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약으로 만족하기보다는 그 신비의 정체를 알아보려는 노력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반가운 현상이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발표된 인삼에 관한 연구 논문만 해도 1천3백여 편에 달한다. 이 논문들은 인삼의 유효성에 관한 시비가 아니라, 그 유효성의 「베일」을 벗기려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인삼 「심포지엄」에서는 11개 선진국 학자들이 참가했다. 우리 나라 학자 중에는 인삼의 항암 작용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사람도 있어 관심을 모았다. 영국 학자는 인삼의 「스트레스」 방어 효과를 밝히고 있다.
혈압 상승의 원흉으로 알려진 「콜레스테롤」과 인삼의 관계를 밝힌 서독 학자의 논문도 있었다. 물론 그 학자는 인삼이 혈압 정상화에 효험이 있다는 결론에 접근하고 있다.
항 산화 작용을 구명한 우리 나라 연구 「팀」의 발표도 주목하게 된다. 항 산화 작용이란 곧 노화 방지를 의미한다.
인삼의 성가를 높여주는 연구들이다. 그러나 정작 평가해야 할 사실은 그런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그 결과에 만족하거나 확신하기에는 성급하지만 언젠가는 확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인류가 제2의 삶을 누릴 수 있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다.
바라기는 사람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편하게 해주는 묘약의 성분도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쾌락의 약」 보다는 「정밀의 약」이야말로 인류가 갈망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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