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총회결의와 신주배정기준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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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제규모의 확대에 따라 법정준비금을 자본전입하여 증자하는 주식회사가 많아지고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 법정준비금이 부족하면 주주총회에서 임의준비금의 일부를 이주준비금으로 옮기는 결의를 한 후, 증권관리위원회에 유가증권 발행신고서를 제출하여 신고의 효력발생일을 지정받은 다음에 다시 주주총회를 열어 준비금 자본전입의 결의를 하게 된다.
대한재보험 주식회사는 주주총회를 두번 여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지난 7월27일의 주총에서 임의준비금을 법정준비금으로 옮기는 결의를 하고 유가증권신고의 효력발생을 조건으로 하는 동시에 신주배정기준일을 8월3일로 정하여 이를 기한부로 자본전입의 결의를 같은 날에 했다. 이에 대해 증권거래소는 법무부가 자본전입의 경우, 신주배정기준일을 결의일 후로 정할 수 없다고 한 이전의 해석을 내세워, 상법 제461조 위반이라 하여 8윌30일 거래정지 처분을 하기에 이르렀다.
주주총회결의가 조건부 또는 기한부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점에 대해선 이설이 없는 것이고, 법무부해석에 있어서 신주배정기준일을 결의일 후로 정할 수 없다는 견해도 합당한 것이다. 또 결의가 조건부 또는 기한부인 경우에는 조건의 성취 또는 기한의 도래로 인하여 결의가 효력을 발생하는 것도 당연해역이다.
위의 사안에서 7월27일에 사실상 결의하였더라도 8월31일의 기한부라면 이날에 결의한 것과 같으므로 신주배정 기준일을 8월31일로 한 것이 결의일 후의 날로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재보험회사의 자본전입은 상법에도 위반하지 아니하고 법무부해석에도 위배되지 아니하므로 법률상 하자가 없는 것이다.
이 점에 관하여 며칠 전 증권관리위원회의 학계와 실무계 합동간담회에서 위와 같은 해석을 학계의 일치된 의견으로 표명한바 있다. 법조문과 법무부해석을 곡해하여 학계의 조언을 외면한다면 거래정지취소의 가처분 등 법정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을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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