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해저 문화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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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안해저에서 원대유물을 인양하는 작업이 지난 13일로 일단락 되었다고 발굴조사단이 발표했다. 3년여에 걸쳐 잠수부만 해도 연7천여 명이 동원된 어렵고 거창한 작업을 꾸준히 감당해낸 발굴조사단의 노고를 우선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신안해저유물의 발견은 어로작업 중 그물에 걸려나와 뜻밖에 알려진 것이었고, 또 우리 학계는 물살 거센 20m의 바다 밑에서 오래된 유물을 찾아내리란 상상조차 못했을 뿐더러 인양작업에 나설 사전준비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수확은 발굴된 유물의 질과 양이 비길데 없을 만큼 엄청나고 뛰어난 것이었을 뿐더러 학문적 소득면에서도 기여하는바 매우 큰 것으로 전해져 앞으로 우리는 이 천혜의 새 자원을 가지고 송·원대 도자 연구의 중심지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앞으로 선체까지 건져 올려야할 지잡한 과제가 남아있으므로 인양작업 그 자체가 마무리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침몰선 안팎에 산재하는 유물만이라도 일단 모두 수습됐다 하므로 한숨은 돌린 셈이다. 그동안 인양한 유물이 숱한 동전 덩어리와 본선의 일부 파편을 제외하고도 1만2천여 점을 헤아린다고 하니 놀랍고 자랑스런 보배를 얻었다 할만하다.
더구나 그것이 원대라는 한 시대의 일괄유물이요, 또 이 시기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므로 이는 국내외의 연구활동에 결정적인 자료로 주목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일본학계의 관심은 그동안 외신을 통하여 이미 알려진 바이지만, 듣건대 자유중국과 중공에서도 커다란 관심을 가지고 이 연구에 참여하기를 희망하면서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동양미술사에 관심있는 학자라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라도 우리나라에 와야 할이 만큼 유례없이 특성 있는 일괄 품이다.
구미에서라면 이것만으로 충분히 하나의 박물관이 세워질 만큼 다양하고 알찬 내용이다.
그동안 한국의 박물관 실정은 우리 문화재만을 진열함으로써 「우리 것」에 대한 인식과 긍지를 상당히 높여왔다. 그러나 외국 것에 대해서는 일체 전시하는 일이 없어 소홀했던 느낌이 없지 않다. 「우리 것」을 「남의 것」과 비교해 볼 기회가 전무했던 것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송·원대 유물이라 해도 한국과 무관한 것이 아니며, 이제는 「우리 것」과 동시에 「남의 것」도 알아야 할 계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신안해저유물 인양과정을 지켜보면서 절실했던 점은 이 분야 국내학계의 여건이 어떠한가 하는 문제다. 그동안 서둘러서 국제적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혹은 세계의 중지를 모아 보다 나은 방법을 통한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에 종사할 실무요원이 너무 부족하고 일의 추진에 갈팡질팡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고고학 발굴상의 실수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파괴행위가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적 입장선 가슴 죄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뜻밖에 푸짐한 수확을 올렸음에 도취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우리의 요원과 우리의 기술진을 양성·확보하는 문제에 대해서까지도 정부당국은 눈을 돌려야할 것이다. 기껏 얻어놓은 수확조차 우리가 연구·소화해내지 못한 채 남의 연구자료로 빼앗긴다면 이보다 더한 학문적 손실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창피한 국위실추가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때그때 단기적 조처로 처리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정부당국이 긴 안목으로 신중히 대처해야될 시급한 과제임을 재삼 강조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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